노동부가 보고한 고용안정대책…3월 실업대란 파장 조기진화에 중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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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이 6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에게 보고한 고용안정대책은 대량실업 발생에 따른 사회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 실업대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30만명 수준이던 신규 실업자가 올해는 두배 이상 늘어나고 실업기간 역시 평균 4~5개월에서 7~8개월로 장기화활 전망이어서 실업 고통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전국 7대 도시의 부도기업 수가 2천50개로 사상 처음 신설법인 수를 앞지르는 등 기업의 연쇄도산으로 올 3월 전후에 실업자가 1백만명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게 노동부의 예측이다.

이같은 상황은 대학 개학 및 기업 단체교섭 시기와 겹쳐 노.학 (勞.學) 연대 등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커 대량실업의 파장을 서둘러 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고용안정대책은 크게 실업급여 확대, 장기실업자 학자금 지원 등 사회적 보호망을 확충하는 소극 대책과 실직자 창업 및 벤처기업 창업지원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적극적 대책으로 요약된다.

노동부는 이같은 실업대책 추진에 4조5천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고용보험기금 등 가용재원으로 2조원을 충당하고 부족재원은 무기명장기채권 발행 등을 통한 일반회계 및 재정융자특별회계에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에서 난색을 표해 어디까지 실현될지는 미지수. 70조원의 정부재정도 10% 삭감해야 하는 마당에 3조원이나 실업대책에 투입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게 재경원의 주장이다.

이날 보고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정리해고제 조기도입 문제는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李장관은 "노동시장이 경직된 유럽에 비해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는 영국.미국의 실업률이 오히려 낮은 만큼 우리 사정에 맞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한다" 는데 金당선자와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서 金당선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동부가 노동계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방안을 강구해 달라" 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화로 미뤄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리해고제 조기도입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를 어떻게 설득해 대타협으로 끌어들이느냐가 金당선자와 정부의 과제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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