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포바, 세레나 쓰러뜨리다…윔블던테니스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 세계 최고 권위의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이 된 마리아 샤라포바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上). 아래는 대회 3연패를 노리며 샤라포바와 결승전에 나선 세레나 윌리엄스가 경기 도중 미끄러져 코트에 넘어져 있는 모습.[런던 AP=연합]

"꿈이 이렇게 빨리 실현될지 몰랐어요."

'17세 요정'이 세계 최강 '흑진주'를 꺾고 2004 윔블던 테니스의 금빛 우승쟁반을 안았다.

러시아의 마리아 샤라포바는 4일 새벽(한국시간)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레나 윌리엄스(23.미국)를 2-0(6-1, 6-4)으로 눌렀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트로피를 안은 샤라포바는 조국 러시아에도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선사하며 소녀영웅이 됐다. 더구나 1927년 시드를 배정하기 시작한 이후 여자부에서 가장 낮은 시드권자(13번) 우승과 함께 역사상 세번째 나이 어린 우승자가 됐다. 역대 최연소 우승자는 1887년 15세로 우승했던 영국의 로티 도드며, 스위스의 '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는 97년 16세 때 정상에 올랐다.

반면 2002, 2003년 우승자인 윌리엄스는 3연패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하고 눈물을 흘렸다.

경기는 처음부터 예상과 달리 진행됐다. 13번 시드인 샤라포바는 1번 시드인 윌리엄스를 압도하며 게임을 리드해 갔다. 1세트. 샤라포바는 윌리엄스의 좌우 공간을 찌르는 '송곳 스트로크'를 매섭게 구사하며 불과 한 게임만을 내주고 세트를 끝냈다. 6-1. 윌리엄스는 실책을 연발하며 허둥댔다.

윌리엄스는 2세트 들어 게임 스코어 4-2까지 앞서가며 이변을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샤라포바는 날카로운 스트로크와 재치있는 네트플레이를 섞어가며 4-4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세차례나 듀스를 반복하는 접전 끝에 5-4로 경기를 뒤집었고, 마지막 서비스게임에서 강력한 에이스까지 터뜨리며 6-4로 윌리엄스를 침몰시켰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샤라포바는 코트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손을 쳐들어 벅찬 승리의 감회를 만끽했다. 이어 관중석에 있던 아버지에게로 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는 "인생의 꿈이었던 윔블던 우승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 몰랐다"며 "앞으로 세레나와 자주 우승을 다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m83cm의 큰 키에 모델 뺨칠 정도의 미모로 테니스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샤라포바는 정상급의 실력도 입증함으로써 세계 여자테니스계에 '러시아 돌풍'을 예고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