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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 받는 한국채권…한국 채권수익률 미국의 2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4년만기 글로벌본드 (채권) 수익률이 최근 12.38%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회사채수익률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포항제철이나 한국전력이 발행한 채권도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 외화자금부의 김수재과장은 "고객이 원하는 양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정상적인 금리는 아니다" 고 말한다.

거래가 수반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국내기업의 채권수익률이 해외에서 급등한 직접적 원인은 미국의 양대 채권등급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 (S&P' s) 와 무디스 (Moody' s)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연거푸 낮췄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지난해초만 해도 AA- (무디스는 A1로 표기) 였다.

이는 최상급인 AAA (무디스는 Aaa) 바로 아래 등급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이 우수함을 의미한다.

원래 BB (Ba) 또는 그 이하는 원리금 상환능력에 의문이 있어 투기적 성격이 강한 채권으로 흔히 '정크본드' 로 불린다.

정크는 '쓰레기' 라는 뜻으로 70년대 미국 정크본드시장의 대부였던 마이클 밀켄이 고객과의 상담중 하위등급채권을 정크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다.

대부분 해외은행이나 기타 투자기관들은 BBB 이상을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BB 또는 그 이하로 낮추는 것은 한 마디로 그 나라 (또는 채권)에서 손을 떼라는 의미다.

등급과 실제 부도율간에 상관관계가 크다는 것이 두 평가기관의 주장이다.

따라서 정크본드가 상위등급채권에 비해 위험이 큰 만큼 수익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11월 산은이 4년만기 글로벌본드를 발행할 때 가산금리 (글로벌본드 발행금리는 통상 미 재무부채권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는 0.98%였다.

당시 4년만기 채무부채권 금리가 5.78%였으니 산은이 지불한 금리는 6.76%로 계산된다.

이를 미국의 회사채와 비교하면 중위등급 (A~BBB)에 해당하는 대접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것도 약과였다.

12월초에는 8.39%로 급등해 이미 미국 정크본드의 평균금리 (8.45%)에 육박했고 최근에는 12%대로 치솟아 '정크중 정크' 취급을 받고 있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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