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혹은 씁쓸…추억의 멜로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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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여주인공이 성불구 남편과 젊은 남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귀로’(上)와 고부 갈등 끝에 사랑하는 남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여인을 그린 홍콩 영화 ‘한야’.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기에 멜로영화의 생명은 무궁하다. 사랑하는 남녀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랑의 결실을 보거나 혹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는 틀을 갖는 이 장르는 소재와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줄곧 이어지고 있다.

멜로영화는 특히 1950년~60년대가 전성기였다. 이 시기 한국과 일본.홍콩의 멜로영화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5일부터 10일까지 '동아시안 멜로영화제'가 서울아트시네마(5~8일, 02-720-9782, (www.cinematheque.seoul.kr))와 영상자료원(9~10일, 02-521-3147 내선 160, (www.koreafilm.or.kr))에서 열린다.

일본 작품으로 '당신의 이름은' 3부작(53~54년)을 비롯해 '산의 소리'(54년) '스자키파라다이스 적신호'(1956) 가 소개된다. '당신의 이름은'은 전쟁(2차 세계대전)으로 헤어져야했던 연인이 다시 만나기로 했으나 전쟁이 끝나고도 여러 곡절로 결국 맺어지지 못한다는 비련의 이야기. 당시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일본 열도를 눈물에 젖게 만들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이 원작인 '산의 소리'는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며느리와 이를 눈치챈 시아버지의 연민과 애정을 담고 있다.

홍콩 영화로는 '가녀지가(歌女之歌.48년)''일판지격(一板之隔.52년)' '위루춘효(危樓春曉.53년)' '한야(寒夜.55년)' '동연(冬戀.68년) 등 5편이 상영된다. '가녀지가'는 카바레에서 노래하는 여주인공이 부유한 플레이보이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알고 보니 그녀 어머니를 죽인 사람의 아들이라는 내용이다. '위루춘효'는 절망에 빠진 지식인, 순박한 시골처녀, 정의로운 운전수, 신문팔이 소년 등 힘겨운 시기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사랑 이야기이고, '일판지격'은 나무벽을 사이에 두고 같은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한편 한국영화로는 신문 연재소설을 바탕으로 대학 교수의 부인이 외도를 즐기는 상황을 묘사해 당시 대단한 논란을 불렀던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56년), 사귀던 남자의 동생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인이 동생과 짜고 형을 없애려는 음모를 꾸미다 결국 파멸을 맞게 되는 '지옥화'(신상옥.58년), 10년 만에 교도소를 나와 보니 친구가 애인을 가로챈 것을 알게 된 사내의 비극적인 이야기인 '그대와 영원히'(유현목.58년)가 있다. '귀로'(이만희.67년)는 한국전쟁 때 입은 부상으로 성 불구가 된 작가 남편을 둔 부인이 신문사에 원고를 전달하러 드나들다 젊은 기자가 호감을 갖고 접근해 오자 갈등에 빠진다는 설정의 작품이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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