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국 프리즘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1970년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관계 정상화를 위해 방문한 폴란드에서 나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 중에 비에 젖은 기념비 앞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믿을 수 없는 이 장면은 세계를 감동의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독일 탄생의 상징이 되었다.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였던 독일이 지난해 세계 50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브랜드 파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일등제품 생산, 확고한 민주정치 체제, 스포츠 강국, 비즈니스의 신뢰성, 수준 높은 관광자원 등이 오늘날 독일 브랜드 파워의 토대가 됐다. 여기에다 화해를 위한 과거의 반성이 독일의 국격을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독일은 지난 60여 년 동안 ‘제2의 라인강 기적’을 일궈냈다. 무시무시한 전범 국가라는 최악의 국가이미지를 세계 1위로 재탄생시킨 독일은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세계 챔피언이라 불릴 만하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순위는 세계 33위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 만에 최빈곤 농경사회에서 정보화 사회의 리더로 세계시장에 우뚝 섰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각종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선진국들에 비해 30%나 싼 가격에 팔린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으면 100달러짜리가 ‘메이드 인 저머니’를 사용하면 150달러, ‘메이드 인 차이나’ 경우에는 69달러 정도를 받는다고 하니 국가브랜드를 올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100만 명의 외국인과 함께 살고, 농촌 신부의 40%가 외국인이라는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딸들이 한국 사회에서 행복하게 산다면 해외의 친정집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아주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막대한 이미지 손상을 초래할 것이다. 크게 늘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를 우리의 마음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여행할 국가를 선택하거나 투자처를 물색하고 수출 파트너를 결정하는 일이 때로는 아주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국가브랜드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앞으로 5년 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위로 도약시키겠다고 한다. 그런데 제품의 경우 품질이 좋아지고 글로벌 광고에 집중하면 브랜드 가치가 바로 올라간다. 하지만 국가의 브랜드 파워는 이렇게 단순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에 너무 조급증을 갖지 말고 차근차근 한 발짝씩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전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과 세계 13위의 경제 강국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전 국민의 자긍심을 키워 우리도 가난한 지구촌을 도울 만한 위치에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송진희 호남대 교수·산업디자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