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해낸다]3.눈높이 낮춰 새 일자리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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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IMF시대에 대량실업의 엄습은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기업들의 정리해고 태풍과 내수 (內需) 경기의 급랭 속에 한국경제는 초유의 실업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이 몰고 오는 본격적인 한파 (寒波) 다.

시기나 방법을 우리 임의로 결정할 수도 없다.

즉각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구제금융의 돈줄이 끊긴다.

'부도유예 국가' 로 전락한 나머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IMF의 강요가 아니더라도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한국경제가 살 길인 까닭이다.

당장 올해 실업률이 5%선에 육박하고, 신규 실업자가 1백만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60년대에는 새마을 취로사업을 벌이기도 했었으나 지금은 무슨 대책으로 이 대량실업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위기의 현실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함을 강조한다.

'일자리의 고수' 가 아니라 '일자리의 창조' 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을 의미한다.

정리해고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기업들의 경쟁적 감량경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고통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정리해고의 효과가 경제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려놓기만 한다면 실업문제는 저절로 풀려 나간다.

해고가 훨씬 심한 미국이 유럽에 비해 실업자가 될 확률이 6배나 높은 반면 실업자가 재취업할 수 있는 확률은 10배 이상 높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보고서의 분석결과다.

실업률을 비교해 봐도 미국은 유럽국가의 절반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고가 늘어도 실업률이 떨어진다.

줄어드는 일자리보다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더 많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남홍 (趙南弘)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이제부터는 우리도 정리해고 등에 의한 실업발생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실업자들의 재고용.재교육체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 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조를 위한 우리 사회의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양병무 (梁炳武) 노동경제원 부원장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현 직장만 고수하는 '평생직장' 에서 실업없이 직장을 옮겨다니는 '평생직업' 으로의 인식전환" 이라고 강조했다.

종래의 임금이나 지위에 더이상 연연할 수 없게 돼가고 있다.

어차피 눈높이를 낮춰 재취업을 해야한다면 이를 떳떳이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취업난이 심해짐에 따라 사람값이 싸지고, 따라서 낮아진 인건비 등을 통해 기업이 다시 활기를 찾아나가는 코스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감봉.감원 등 피고용자의 희생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책은 상당한 반발을 유발할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하고 . 어차피 눈높이를 낮춰 재취업을 해야한다면 이를 떳떳이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취업난이 심해짐에 따라 사람값이 싸지고, 따라서 낮아진 인건비 등을 통해 기업이 다시 활기를 찾아나가는 코스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감봉.감원 등 피고용자의 희생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책은 상당한 반발을 유발할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무턱대고 감원을 앞세우기보다 노동시간 단축.조업단축을 통해 다운사이징 해나가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 (尹于鉉 민주노총 정책부국장) 기업 자신이 방만한 경영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추스르느냐에 따라 감원의 설득력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인력수급 불균형도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대기업에는 평균 30%의 잉여인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아직도 12만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우선 남아도는 인력부터 인력부족분야로 이동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업종별로 고용지원 협의체를 구성하고 경제 5단체.학계.정부.노동계 대표들이 참여해 산업간 인력이동의 지원체제를 갖추는 것도 급선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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