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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와인 전문가’ 소믈리에 도전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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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전문가’ 소믈리에 도전하기
외우고 공부하고…일단 적성에 맞아야

노을빛 물방울 한모금 음미했을 뿐인데 원산지와 이름을 단박에 알아챈다. 그 놀라운 미각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와인의 고수,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수업을듣는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안산 소재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내 와인 실습실.김은희(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의와 인테이스팅 수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름이 적힌 라벨을 흰 종이로 가린 와인이 조별로 한병씩 배분됐다.학생들은 각자 자기 글라스에 와인을 따라 맛본 후 탄닌·산도 등 13가지 항목의 평가지에 체크하기 시작했다.

“탄닌은?” “없습니다.” “산도는?”“산도도 거의 없는데요.” 김 교수가질문하자 학생들이 답변했다. 김 교수는 “캠벨포도는 껍질이 얇아 껍질과 씨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탄닌 성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훈민(19)군이 “얼핏 짠맛이 느껴진다”고 말하자 김 교수는 “바닷가 근처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색과 향, 맛에 대한 세부평가가 끝난 뒤 김 교수는 “내가 소믈리에라면 이와인을 얼마에 고객에게 출하할까?”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조별로 원가와 판매가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호텔 등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소믈리에를 양성한다. 대학이 아닌 전문학교지만 정규과정을 밟아 졸업하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인증하는 2년·4년제 학사학위를받는다. 일반대학을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이곳에 새로 입학하는 학생도 많다. 김교수는 “졸업할 때까지 100여 종의 와인을 맛본다”며 “실무위주의 현장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졸업후 취업률과 학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일단 취업후 다양한 경력 쌓아야>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야 할까. 김 교수는 “처음부터 바로 소믈리에가 되는 길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현재 와인전문가는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증이 없다. 때문에인정받는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와인과 관련한 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이나 와인바·레스토랑에 취업해 식음료파트에서 실력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상을받는 등 자기계발과정을 거친 후에야 소믈리에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 김교수는 “다양한 민간자격증과 외국자격증을 따고, 각종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기회를 잡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교의 실습프로그램에 만족을 표했다. 김보윤(24)양은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이곳에 입학한 경우다. “수입주류회사나호텔의 와인마케터가 되고 싶어 입학했다”는 김양은 “처음엔 ‘바디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4번 정도 실습하고나서 ‘풀바디’감이 뭔지 알게됐고, 묵직하게 입안에 오래 머문다는 표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노준호(19)군은 “입학 땐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며 “매번 수업 때마다 한가지 와인의 색·향·맛을 섬세하게 구분하는 법을 배우면서 지식이 쑥쑥 늘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도 중요해>
소믈리에는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김남현(19)군은 신중한 고민없이 소믈리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그는 “드라마나 만화만 보고 소믈리에가 화려하기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와인은 종류·생산지도 수없이 많은데다 맛을 평가하는 기준 등 외우기 까다로운 내용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김보윤양은 “프랑스어 등의 제 2외국어도 소믈리에가 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외워야 할 것도, 공부해야 할 것도 매우 많은 절대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노준호군은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기 전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소믈리에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해 볼 것을 권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꿈과 현실의 차이를 정확히 깨달을 필요가 있다”며 “직접 경험해 본 후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될 때 시작해도 늦지않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이지은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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