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노후대비 … 한번에 수십억 넣는 상품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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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동산 부자인 50대의 A씨는 자녀의 종신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것도 월 300만~400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고액 보험이다.

부동산 가격이 내린 걸 활용해 이참에 상가를 자녀에게 증여해 절세를 하고, 상가 임대료를 장기 보험에 넣어 관리하겠다는 계산이다.

교보생명 박삼주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는 “부자 고객들은 자산 가격이 내린 요즘을 증여 기회로 활용한다”며 “불황이라지만 가입 금액이 10억원 정도 되는 VIP용 종신보험을 매월 4~5건씩 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있는 보험도 깨야 할 판이라지만, 보험시장에서도 눈치 빠른 스마트 머니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1월 생명보험사의 신규 보험 계약액은 33조795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가 줄었다. 일부 보험사는 신규 계약이 5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월 보험료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부자 보험’은 불황을 모른다. 이런 뭉칫돈들은 두 갈래 방향으로 흐른다. 절세와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다.

◆절세 상품 인기=교보생명이 고소득층을 겨냥해 지난해 말 내놓은 ‘교보VIP변액유니버셜 종신보험’은 최저 가입 금액이 5억원인데도 출시 넉 달 만에 1670명이 가입했다. 한 달 200~300건 정도였던 계약이 지난달엔 600건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상속세를 미리 준비해, 나중에 상속세 때문에 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을 막는 데 초점을 뒀다.

은퇴 시점이 다가온 경영자가 퇴직금 적립용으로 보험을 활용하기도 한다. 퇴직금으로 회사 돈을 받으면 급여나 배당에 비해 세금 부담이 절반 정도 적다. 뉴욕라이프 서울 테헤란 지점은 최근 이런 용도로 중소기업 경영자와 30억원을 일시납으로 내는 보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임평재 뉴욕라이프 CFP는 “보험을 10년 이상 넣으면 이자소득세를 매기지 않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활용하려는 고소득층이 많다”고 말했다.

◆안정적 노후자금 마련=삼성생명 강북FP센터에는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경기도 고양·마석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아온다.

펀드 투자를 하기엔 겁나고, 예금 이자는 성에 차지 않아서다. 김종환 센터장은 “금리 변화를 바로 반영하는 은행 상품과 달리 보험은 이율 변화 속도가 느리고, 최저보증(보통 2~2.5%)을 하는 상품이 많아 금리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목돈 투자는 노후 보장을 확실히 하려는 취지에서 연금보험을 선호한다. 대한생명의 일시납 연금보험은 지난해 12월 95억원이 판매됐으나 지난달엔 235억원어치가 팔렸다. 보험 가입과 동시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한리치바로연금’은 최근 3개월 새 신규 계약이 5배로 늘어났다.

신호영 대한생명 강남FA센터장은 “불안한 금융 시장을 보면서 최소한의 노후 소득을 확보해 두려는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다”며 “중도 해지가 불가능해 가족 간 분란 소지를 사전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을 아예 없애버리려는 수요도 있다. 지난달 말 하나HSBC생명은 10년간 5% 확정 금리를 적용하는 ‘하나세이프연금보험’을 내놓았다. 일시납만 가능한 상품이었지만 이 상품은 1주일 새 300억원어치가 팔렸다. 건당 가입 금액은 대체로 1억원이 넘는다.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자산가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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