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CJ제일제당 다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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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물 맛이 좋다고 소문난 한식집은 다 돌아다녔다. 종업원들에겐 팁을 찔러주고 육수를 주전자에 얻어 왔다. 그렇게 발품 팔며 시장조사에만 2년, 제품 개발에 1년 넘게 걸렸다. 1975년 11월 다시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당시 사원으로 개발에 참여한 문동상 전 CJ제일제당 상무(2000년 퇴직)의 술회다.

70년대 주로 쓰이던 조미료는 ‘발효 조미료’(당시 미원이 부동의 1위)였다. 제일제당(지금의 CJ제일제당)은 72년 천연조미료 개발에 착수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따라가려 하지 말고 천연 재료로 건강지향적인 걸 개발해 보라”는 특명에 따른 조치였다. 그때엔 몇 대 없었던 ‘아미노산 분석기’로 맛 좋은 국물의 아미노산 함량을 분석했다. 어떤 재료를 써 국물 맛을 내는지도 꼼꼼히 조사했다. 일본에서 가쓰오부시(가다랑어 포)로 만든 조미료 혼다시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인들이 좋아하지만 쉽사리 먹을 수 없는 것이 쇠고기인 점에 착안해 주재료는 쇠고기와 가다랑어 두 가지로 정했다. 하지만 화학 조미료 비율을 10%로 줄이면서 감칠맛을 내는 것이 문제였다. 양파·무·마늘·버섯 같은 양념들이 열쇠였다.

시행착오 끝에 달큰하면서 매운 무를 적당 비율로 쓰면 쇠고기 맛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쇠고기로만 만들면 원가가 너무 비싸 사골 농축액과 섞기로 했다. 생선 맛 다시다엔 일본 가쓰오부시와 달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마늘을 넣어 비린내와 단맛을 줄였다. 하지만 맛에 주안점을 둬서 만들고 보니 시꺼먼 색깔이 혐오감을 줬다. 주재료인 간장이 검은색인 데다 마늘에 열을 가하면 갈색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수많은 실험 끝에 간장의 짙은 색깔을 탈색해 옅게 만들고, 마늘은 저온 건조해 분말로 만들었다.

다시다는 지금도 가정용 조미료 시장에서 8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이 3조8000억원. 346억8000만 그릇의 찌개와 국에 다시다가 쓰였다. 최초의 쇠고기와 생선(가다랑어) 두 종류에서 80년대엔 멸치·청국장·냉면·된장·곰탕·매운탕·조개 등으로 다변화했다. 그러다가 쇠고기와 멸치, 해물, 조개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생소한 천연 조미료 제품을 알리기 위해 시식 버스가 동원됐다. TBC라디오와 연계한 판촉 캠페인이었다. 라디오 광고로 다시다 시식 버스가 가는 곳을 알려주다 보니 극성스러운 주부들은 라디오를 듣고 택시로 쫓아오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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