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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김대중당선자 불안감 씻은 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국의 대선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일본언론에서도 화제의 대상이었다.

“경제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

“언론보도가 칭찬일색인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등도 이야깃거리로 소개됐지만 역시 초점은 그가 한국의 경제위기와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에 맞춰졌다.

언론논조는 별도로 하더라도 대선 이후 지금까지 접한 일본각계 인사들의 그에 대한 평가.전망을 정리해 보면 몇 가지 가닥이 잡힌다.

우선 김종필 (金鍾泌).박태준 (朴泰俊) 씨 등 자민련의 일본통들 덕분에 金당선자에 대한 일본보수층의 '불안감' 이 상당히 희석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 인사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주류층은 金당선자가 대일 (對日) 관계에서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전총리의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고 말했다.

“그렇게만 해주면 한.일관계를 해치는 돌발사태나 악재 (惡材) 는 최소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원내 1당으로 무라야마 (사회당 출신) 연립정권에 참여해 보수층의 불안감을 씻어 준 자민당에 빗대 자민련의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한편으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적어도 대일관계에서는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하는 것도 주문사항에서 빠지지 않았다.

북.일수교 본회담을 앞둔 일본은 또 북한이 金당선자를 어떻게 평가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의 공식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한반도전문가들 사이에는 경력이나 연조 차이를 들어 "아무래도 김정일 (金正日) 은 김대중씨를 버거운 상대로 느낄 것" 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김영삼 정권 기간중 한반도문제에 관한 당사자 (남북한) 의 주도권이 눈에 띄게 약해진 가운데 김대중 정권이 어느 정도 교섭력을 회복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외상이 한국의 대선 이후로는 전례없이 신속하게 29일 방한하는 것도 이런 희망과 기대를 金당선자를 직접 만나 확인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추가 경제지원.어업협정 체결 등 당장의 현안외에 양국간 신뢰관계를 국제사회에 새삼 과시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일본의 한국관계자들로부터 "김영삼정권하의 한.일관계는 80년대 이래 최악" 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金당선자는 경제뿐 아니라 한.일외교도 '최악' 에서부터 출발하는 셈이다.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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