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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 예방 여념없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는 23일에도 국가부도사태 저지에 몰두했다.

촌각을 다투는 외환.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진두지휘에 나선 金당선자에게 하루 24시간은 짧기만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한 金당선자는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를 단독면담해 외환위기 실상파악 및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오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金당선자는 발등에 떨어진 외환위기를 넘기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것" 이라는 말로 심각성을 재론. 그는 "진실에 기초한 국민적 협조만이 난국을 타개할 힘" 이라며 위기의 실체를 가감 없이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金당선자는 22일 밤 林부총리를 두 차례나 전화로 불러 국채발행 계획 및 전망 등에 대해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 두번째 통화는 자정쯤 이뤄졌다.

金당선자는 "립튼 미국재무차관 얘기와 (林부총리 보고는) 다른 점이 많더라. 외환보유잔액.만기도래분 단기외채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현상파악 없이 어떻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겠느냐" 고 호된 질책. "외환위기 실상에 대해 IMF.세계은행 (IBRD).미국.일본 등 전세계가 간파하고 있는데도 유독 4천5백만 대한민국 국민만 진실을 모른 채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 며 "국정의 진행상황을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밝히고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당선자의 절박함은 즉각 林부총리와의 23일 오찬면담일정 추가로 이어졌다.

배석자 없이 5천원짜리 생선도시락을 먹으며 1시간여 계속된 면담에서 林부총리는 "단기채 상환문제를 포함해 내년 2월까지 3개월 동안이 최대고비가 될 것이나 잘 처리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보고. 金당선자는 "국제시장의 관행에 맞게 모든 제한을 풀어 감으로써 국제사회의 신임과 투자의욕이 솟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며 "외환거래에 관한 법적 제한을 푸는 게 좋겠다" 고 제안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林부총리는 "당선자가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것 같다" "취임전까지 진실하게 보고하고 입 다문 채 일만 열심히 하겠다" 고 피력.

…공정거래위.외무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金당선자는 'IMF관리체제 극복' 을 역설. 1시간 간격으로 진행된 '릴레이식 면담' 에서 IMF관리체제 극복을 위한 외교적 지원문제와 물가안정, 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등을 일일이 지적하며 부처간 협력을 당부했다.

金당선자는 유종하 (柳宗夏) 외무장관에게 "외무부가 외교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국민들의 신임을 받도록 노력하라" 며 역시 투명성을 주문. 이와 함께 방미일정 문제 및 방한을 희망하고 있는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신임 외무장관 방한문제를 논의했는데 일각에선 우리 금융위기의 경제적 요인 이외의 정치적 성격에 대한 진단도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 전윤철 (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파수꾼 역할을 강조했다.

金당선자는 "당장 급한 것은 국민을 두렵게 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 이라며 "수치상의 물가가 아니라 체감물가지수가 인상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金당선자는 '투자촉진 외교' 에도 발벗고 나섰다.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를 만난데 이어 저녁에는 오구라 가즈오 (小倉和夫) 일본대사를 만났다.

마이클 잭슨과 같은 투자조합 출자자인 알 왈리드 왕자는 전세계 은행.호텔.부동산 등에 1백17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세계적 부호 (富豪) .시티은행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달초 조지 소로스.미키 캔터 전 미국상무장관 등과의 화상회의를 주선한 최규선 특보의 도움으로 면담이 이뤄졌다.

金당선자가 "성공적 사업가인 알 왈리드 왕자가 우리 경제에 좋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고 하자 알 왈리드 왕자는 "한국경제에 대해 잘 배우고 알고 있다.

어려움을 헤치고 잘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고 화답했다.

알 왈리드 왕자가 "이미 대우에 투자했고 오늘은 외환은행과 투자계획에 대해 상의했다" 며 "金당선자와 한국경제를 위해 계속 도울 수 있도록 사람을 지정해 달라" 고 하자 金당선자는 최규선 총재특보.유종근 전북지사와 상의해 달라고 천거. 金당선자는 22일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도 통화를 하면서 카터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정민.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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