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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기자의 의료 현장 ③ 서울아산병원 김병식 교수의 위암 복강경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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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강정현 기자

# 암 수술 전날에도 여유를 보이는 환자

3월 9일, 56세 이규엽씨는 다음 날 시행될 복강경 위암 절제술을 위해 서울아산병원 외과 병실에 입원했다.

1 복강경 위 절제 때 사용되는 수술기구들.


그는 지난해 연말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준다기에 의정부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1주일 뒤 “조기 위암이니 빨리 수술을 받으라”는 걱정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가족과 의논 후 서울아산병원 외과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이씨는 김병식 교수 외래를 방문해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기자)

“없어요, 그냥 암 때문에 수술 받아야 한대서 입원했을 뿐이에요.”(환자)

“그래도 막상 내일 암 수술을 받는다니 걱정은 되시겠어요?”(기자)

“별로요, 조기 위암은 수술 결과가 좋대요, 게다가 수술을 많이 한 교수님이 집도하는데요”라며 담담하게 대답한다.

# 배에 구멍 6개 뚫고 카메라·수술기구 삽입

3월 10일 오전 10시30분. 수술 방으로 이씨가 입장하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은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이씨의 가슴과 팔 다리에 맥박·혈압·체온 등을 모니터하는 장치를 부착한다. 이후 수술 부위를 소독약(베타딘)으로 가슴에서 골반까지 수술 부위를 여러 번 닦아낸 뒤 멸균된 4개의 수술용 방포가 이씨 위로 덮어졌다. 모니터를 통해 환자 상태가 좋다는 확신이 든 마취과 의사는 마취를 시작했고, 환자는 금방 잠들었다.

2 김병식(맨 오른쪽) 교수가 수술실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위 절제수술을 하고 있다.


11시, 수술은 환자의 배꼽 주위와 명치 부위, 오른쪽·왼쪽에 각각 2개씩 기구를 넣기 위해 6개의 구멍이 뚫리면서 시작됐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배꼽 주위엔 배 속을 관찰하는 카메라와 가스를 주입하는 관이 연결됐고, 나머지 구멍에도 각각 필요한 기구가 삽입됐다.

“가스는 왜 주입하나요?”(기자)

“평상시엔 장이 서로 붙어 있어요, 수술을 하려면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배를 빵빵하게 부풀려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 교수)

“아래로” “위로” “거즈” “○○ 기구 넣고” “○번 실(수술용 실)”….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되자 김 교수는 쉬지 않고 수술을 보조하는 5명의 의료진(전임의 2명, 수술장 간호사 3명)에게 뭔가를 지시한다.

수술 장면을 촬영하던 사진기자가 간호사에게 “환자 위에 설치된 수술장 조명등은 왜 안 켜느냐”고 묻자 “확대된 화면을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조명등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설명한다.

화면을 보니 김 교수가 삽입된 기구를 이용해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된 부위를 자르고 있다.

이런저런 기구를 사용해 위쪽 위도 절제하자 간호사는 카메라를 재빨리 왼쪽 아래쪽 구멍으로 옮긴다. 연이어 김 교수가 배꼽 구멍을 1.5㎝ 정도 더 절개한 뒤 비닐주머니를 넣는다. 화면상 그 속에 절제된 위가 담기는가 싶더니 밖으로 나왔다.

이후 절제된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마지막 시술을 끝낸 김 교수는 기자에게 “최근엔 복강경용 자동문합기를 이용해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일이 간편해졌다”고 들려준다.

# 환자 9일 만에 집으로

3 수술 전날 병실로 회진 온 김병식 교수가 이규엽 환자에게 수술 결과가 좋을 거라며 안심시키고 있다.

이씨는 십이지장이 일반인보다 짧은 편이라 연결된 부위가 좁아지면서 음식물이 잘 통과하지 않을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높은 편이었다. 만일 이 부위가 막히면 수술 2주 후 풍선으로 넓혀주는 시술을 또 받아야 한다. 다행히 수술 후 사흘째 배에서 가스도 나왔고, 위장관 조영술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게 확인됐다. 통상 복강경 수술 환자는 수술 후 7일째 퇴원한다. 하지만 이씨는 “환자의 십이지장 조직이 얇아 이틀 정도 더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게 안전하다”는 김 교수의 조언에 따라 19일 퇴원했다. 4월 13일 외래를 방문한 이씨는 수술 결과에 만족했다.

복강경 위절제술, 배를 여는 수술보다 통증 적고 회복 빠르다

현재 국내 위암 환자 중 절반은 조기 위암, 나머지 절반이 진행성 위암이다.

조기 위암 환자가 늘면서 복강경 위 절제술도 진일보하고 있다. 개복수술과 비교해 수술 후 치료 효과가 동일한 반면 상처·통증·회복기간·사회복귀 등은 모두 크게 줄기 때문이다. 단 수술 중 기계 사용료가 추가 부담되고, 집도의가 복강경 시술법을 터득할 때까지 일정한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복강경 위 절제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규엽 환자처럼 6개의 구멍에 각각 필요한 기구를 삽입한 뒤 배 속에서 위를 절제하고 연결하는 방법. 6개의 구멍 중 배꼽 주위엔 카메라가, 오른쪽·왼쪽의 12㎜ 구멍엔 필요한 수술기구를 빼는 기구가 들어간다. 위쪽의 5㎜ 구멍엔 수술할 때 집도의가 위와 주변 조직을 잘 볼 수 있도록 간을 비롯한 각종 주변 장기를 위로, 옆으로 들거나 젖힐 수 있게 하는 기구가 삽입된다. 수술 후 흉터가 거의 없다.

둘째 방법은 위 절제는 배 속에서, 절제된 위와 십이지장 연결은 밖에서 하는 복강경 보조하에 실시하는 위 절제술이다. 이 경우 위와 십이지장을 밖으로 꺼냈다 다시 배 속에 집어넣기 위해 위 절제술 후 명치 부위를 5㎝쯤 추가로 절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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