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4.고용정책 인기 연연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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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파산위기에 선 경제를 되살려야 할 무거운 짐을 지게 된 대통령당선자에게 축하보다 동정이 앞선다.

지금 승리감에 도취해 있겠지만 몇마디 고언을 참고하기 바란다.

첫째, 국민경제가 IMF지원금융으로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추락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일에 임기 5년을 모두 쏟아도 부족하다는 인식에 투철해야 한다.

IMF조건 대부분은 한국 스스로 필요했으면서도 기업.노조.관료등 집단의 이해관계 충돌로 좌절돼온 내용들이다.

매서운 외세 바람결에 경제체질을 단련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둘째, 선거유세중 남발했던 인기발언중 국난극복 기본방향과 어긋나는 사항은 과감히 버리고 정도 (正道) 를 걸어라. 바른길의 안내표지는 경제논리 (효율과 합리) 지 무리한 정치판 논리가 아니다.

셋째, 취임초기에는 욕먹는 대통령이 돼야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인원감축 바람이 노사분규.사회불안을 몰고올 전망이다.

인기에 연연하지 말라. 넷째, 오늘날 국제화시대의 난제는 당선자 본인의 토막지식으로 이해하기도, 문제해결하기도 어렵다.

믿을 수 있는 경제전문가를 골라 오래 자리를 맡겨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및 관료조직을 수술하라. 정부조직을 줄여 작은 정부를 만들어 규제철폐를 추진해야 한다.

관료는 우수해도 개혁의지가 약하고 권한 휘두르기에 강하다.

국제감각.시장실무.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외부인사를 적절히 관료조직속에 수혈해야 구조개편이 성공할 수 있다.

여섯째, 창조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부수고 없애는 일에 주력한 지난 5년과 달리 이제는 세우고 만드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릇된 기업경영관행은 바로 잡되 기업의욕을 북돋워 주고 과열분규는 다스리되 고용창출.재훈련.고용보험 등 노동권익보호에 노력해야 한다.

일곱째, 경쟁력보다 지역성향 등에 따른 기업살리기와 죽이기, 자질보다 인맥에 따른 자리차지하기는 절대 금물이다.

이권 챙기기 역시 근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해 퇴임후 국회청문회나 재판장에서가 아니라 기념관에서 추앙받는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란다.

김병주<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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