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고 글 잘쓰는 법을 공부해야하는 까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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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12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때 맞춘 적절한 말의 위력을 대변하는 속담이다. 그런가 하면 섣부른 말로 재앙을 부름을 경계하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 같은 것이다.

우리 선인이 이처럼 신경 썼을 만큼 말의 무게는 막중하다. 늘 하는 말이지만 제대로 말하기, 또는 듣기란 쉽지 않다. 이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도 드물다. 그러니 제대로 말하기에 관한 책이 쏟아지는 것은 그런 수요가 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입만 열면…』은 미국의 동기부여 전문가가 쓴 책이다. 다양한 사례와 자기계발 책을 인용해 가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방법’을 일러주는데, 꽤 쓸모 있다.

지은이는 말을 잘하는 방법을 간단히 정리했다. 말하기 전에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실은 없는지,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말해야 할 올바른 내용은 무엇인지를 먼저 고려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보자. 지하철을 탔는데 옆자리에 세 아이가 시끄럽게 울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경우 얼굴을 찌푸린 채 견디겠지만 말을 한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어른에게 “조용히 시키라”고 짜증을 부릴 수 있다. 책에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의 충고를 들려준다. 코비는 먼저 “무슨 일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남자는 “방금 아내가 병원에서 죽었어요. 나도 어쩔 줄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코비는 적절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상처를 주거나 다툼의 불씨가 될 말을 했을 거라며 ‘먼저 이해한 다음 설득하라’고 충고한다.

책에 실린 값진 조언 중 두 가지만 더 소개한다. 대화에는 사실을 확인하는 대화, 감정을 나누는 대화, 입장을 정하는 대화 세 가지 종류가 있단다. 이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라는 얘기다. 또 하나, ‘항상’ ‘절대’ ‘반드시’ 같은 극단적 단어를 피하라고 한다. 절대로.

『상처 주지…』은 이미 여러 권의 화술 관련 책을 낸 국내 전문가가 썼다. 역시 대인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말의 힘을 키우는 법을 정리했는데,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례가 많이 나와 쏙쏙 들어온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질문 활용하기’. 상대방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질문을 던지면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작작 먹어라. 네 몸매 좀 봐라. 그렇게 먹어도 되겠느냐?”고 농담을 했다. “남 걱정 말고 너나 거울 좀 보시지”라고 되받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뚱뚱한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게 뭐가 문제야” 등등 자칫 막말이 오가기 쉽다. 지은이는 “계속 내 체중 이야기 할래? 나랑 그만 만날래?”라고 양자택일 질문을 하는 편이 낫단다. 서로 싸우는 형제에게 “지금 그만둘래? 정말로 끝까지 해 볼래?”라고 묻는 식이다.

사실 책을 통해 멋진 화술을 체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유용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는 있다. 상대방 말보다 더 기분 나쁜 말로 응수하다 제압하기는커녕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이런 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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