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데드 맨 워킹…사형제도를 보는 객관적인 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데드 맨 워킹 (MBC 20일 밤10시30분) =92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만든 '밥 로버츠' 에서 우익정치인들을 맘껏 조롱했던 팀 로빈스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도발적인 목소리를 지닌 '이단아' . '쇼생크 탈출' '허드서커 대리인' '플레이어' 등에 출연한 의식있는 배우이자 감독으로 칭송받는 그가 관여한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들은 '데드 맨 워킹' 은 사형제도와 관련해 결코 그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살인사건과 사형집행에 연루된 사람들을 냉정한 거리를 두고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결국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이러한 균형감각이 오히려 관객들을 빨아들이면서 동시에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미국의 수녀 헬렌 프리전 (수잔 서랜든) 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면서도 사형수 매튜 (숀 펜)가 실제 잔인한 살해자이며 인종주의자라는 점, 그에게 동정하는 프리전 수녀에게 증오를 품는 피살자 부모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30분에 걸친 마지막 주사사형 장면은 영화 속 시간과 일치하는 리얼타임과 숀 펜의 소름끼치도록 절박한 연기로 인해 마치 실제상황을 참관하는 듯한 충격을 안겨준다.

이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