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면 안 먹혀 ! fun한 마케팅에 손님 줄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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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황에 남과 똑같아선 앞서 가기 어렵다. 자영업은 더욱 그렇다. 지갑을 닫은 고객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자영업자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매장을 차별화하고 있다. 기존 업종에 다양한 컨셉트의 인테리어를 접목한 ‘펀펀(fun fun)한’ 업소를 선보이거나 상식을 깬 메뉴로 관심을 끄는 식이다.

서울 신사동 세계맥주전문점 와바가 카지노 바처럼 꾸며놓은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최승식 기자]


◆재미있거나=비슷한 술집 분위기에 식상해하는 고객을 겨냥해 이색 인테리어를 도입하는 주점이 많다. 요즘 20~30대 젊은 층은 술만 마시러 주점을 찾는 게 아니라 분위기와 문화를 즐기려는 한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서울 신사동의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는 매장 한쪽을 카지노 바처럼 꾸몄다. 무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맥주 두 병과 안주를 3만원어치 주문하면 가게에서 3만원 상당의 칩을 준다. 오후 9시부터 전문 딜러가 포커·룰렛 같은 게임을 서너 번 진행한 뒤 이긴 고객에게 공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님이 가게에서 받은 것보다 2만원 상당의 칩을 더 모았다면 맥주나 안주 2만원어치를 주는 식이다.

옆자리 손님들끼리 맥주 한 잔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와바의 한정근 본부장은 “매년 무료 칩을 나눠주고 리그전을 펼쳐 시상하는 이벤트를 한다”며 “고객들끼리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형성해 점포를 더 자주 찾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신기하거나=시푸드 테마펍 ‘럼보트’는 캐리비안 해안 분위기가 나도록 매장을 꾸몄다. 파도나 갈매기 울음 소리가 들리고, 종업원들이 해적이나 선원 복장을 하고 손님을 맞는다. 매장 한가운데 범선이 있는데, 테이블을 만들어 생맥주와 시푸드를 즐기도록 했다. 럼보트 서울 삼성역점 점장은 “다른 장사를 하다 매출이 줄어 인테리어가 특이한 업종으로 바꿨다”며 “범선 테이블은 젊은 층 사이에 예약을 해야 앉을 수 있을 만큼 인기”라고 귀띔했다.

서울 대학로의 한 호프집은 입구에 ‘번쩍! 우르르 쾅!’ 하고 번개가 치는 모습을 연출해 놓고 있다. 빗소리도 들린다. 테이블 주변에 만들어진 개울에서는 물고기가 노닐고, 벽면 야자수 덩굴 사이에선 폭포가 쏟아진다.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를 도입한 이곳은 ‘자연주의 테마펍’을 표방한 ‘천둥’이다. 15일 밤 직장 동료들과 이곳을 찾은 김상기(30)씨는 “일반 주점과 달리 특이하게 내부를 꾸며놓아 이곳에 올 때면 다들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상식을 깨면 히트 예감=외식업체들은 튀는 메뉴로 승부를 건다. 치킨 전문점 ‘닭잡는 파로’는 닭고기를 돼지고기 보쌈처럼 쌈을 싸서 먹는 메뉴를 선보였다. 그릴에 한 시간가량 구운 닭고기를 보쌈김치·팽이버섯·오이·파슬리 등과 함께 깻잎에 싸서 먹는다.

경기도 안양점을 운영하는 박명진(31) 점장은 “돼지고기 보쌈은 들어봤지만 닭고기 보쌈은 뭐냐고 묻는 손님이 많다”며 “신기해하며 맛을 봤다가 단골이 된 분이 꽤 있다”고 소개했다. 퓨전 구이 전문점 ‘온더그릴’은 삼겹살은 삼겹살 전문점에서, 새우는 해산물 전문점에서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손님들은 쇠고기·돼지고기·왕새우 같은 다양한 재료가 꿰어진 꼬치를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듯 그릴에 직접 구워 먹는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시장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어느 점포든 서비스나 품질이 거의 평준화됐다”며 “고객의 흥미를 이끌어 내고 감성을 자극하느냐가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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