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스포츠]월드컵 개최지 난항(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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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춥고 긴 겨울의 시작.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에 체육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

팀 해체가 줄을 잇고 군살빼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를 쓰고 2002월드컵 대회를 유치하려던 지자체들의 열기도 식어 개최도시 선정마저 쉽지 않게 됐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어려운 시절 유일한 위안이던 스포츠, 국민들에게 신명을 불어넣어 주던 스포츠마저 무너지면 우리는 정말 약해진다.

그럴 수는 없다.

군살을 빼고 다시 시작하자.

2002월드컵 개최도시 최종 선정을 앞두고 개최신청 도시들이 대부분 고개를 숙인 채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종발표가 오는 29일로 코앞에 다가왔지만 막상 후보도시의 월드컵 실무담당자들은 하나같이 '기대반 우려반' 의 심정으로 고민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불어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개최지 후보도시 지자체들은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로비 등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최종결정을 앞두고 지자체의 요란한 제스처는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정중동 (靜中動) 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개 1천억~2천억원의 막대한 돈이 필요한 경기장과 기반시설 건설 등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러다간 최악의 경우 "2002월드컵을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는 절체절명의 위기감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2002월드컵 조직위 등 축구관련 단체들은 국가적 대사라는 당위성 때문에 월드컵을 어떤 경우든 포기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2002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지난해말 요코하마.오사카 등 10개 도시를 일찌감치 선정, 경기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그동안 개최도시 선정에 늑장을 부려온 한국 월드컵조직위는 대선이후 빠르게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계획아래 움직이고 있다.

조직위는 오는 20일 최종 평가위원회와 23일 집행위원회를 잇따라 연뒤 오는 29일 총회에서 15개 후보도시중 6~10개 도시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한편 개최지가 정해진다 해도 경기장 건설 등 예산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경기장 건설비용의 30%를 정부가 보조해주기로 돼있지만 IMF와의 협약에 따른 정부의 초긴축 예산편성을 감안하면 비관적이다.

이에 따라 부산.수원.울산.대구.인천.대전 등 일부 자치단체와 서귀포시는 만의 하나 정부보조를 포기하고 자체예산으로 조달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그러나 서울.강릉.천안.청원군.목포.전주 등은 정부보조 없이는 경기장 건설이 매우 어려운 실정. 우선 서울시의 경우 상암동 주경기장 (6만5천석 규모) 건설 자체가 불투명하다.

자체 수익사업을 펼친다 해도 내년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자체 재원조달이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 잠실경기장의 개보수로 치르자는 안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다.

경기장 건설일정을 살펴보면 내년 1월 조달청에 설계시공 등 일괄발주 요청, 기본설계.실시설계.업체선정 등을 위해 최소한 10개월 정도는 소요된다.

그럴 경우 98년 하반기에 가서 토목공사를 할 수 있고 99년초 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 일정이 늦어지기는 하나 월드컵을 치르는데 문제는 없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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