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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행사장 사무직 희망자 넘쳐도 생산·기능직 창구는 한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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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무직이나 전산직을 원하는 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15일 오후4시 대전시서구갈마동 대전상공회의소 2층에 마련된 '97 동계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장.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곳을 찾은 오경선 (24.여.충남전문대2년) 씨는 "20여 곳에 사무직 일자리를 문의했으나 실패, 결국 이곳까지 왔다" 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힘든 일을 할 생각은 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대전인력은행 (원장 韓万愚.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이 개최한 이날 행사장에는 오후 2시부터 대학생은 물론 가정 주부까지 2천여명이 아르바이트나 정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모여들어 2백여평의 행사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에는 유림종합건설.코리아템포롤리 등 대전.충남지역 26개 업체가 참가해 단순노무.주유.청소.경비 등 12개 직종에서 3백66명을 모집했다.

이날 행사 결과 2백62명이 현장 채용됐고 2백41명은 "채용여부를 추후에 결정해 통보를 해주겠다" 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산.기능직보다 사무직을 찾는 업체에만 몰렸다.

사무직을 원한 코리아템포롤리 (인력용역업체.60명 모집) 나 한국갤럽 (50명) 등에는 2백여명 이상의 구직자가 몰려 성황을 이룬 반면 생산직을 원한 성우산업 (30)에는 불과 3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에 따른 구직난 속에서도 구직자들의 상당수가 생산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템포롤리에 사무직을 지원한 김선희 (20.여.대전전문대2년) 씨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힘든 일에 선뜻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인력은행에 구직 신청을 낸 사람 9백65명 가운데 7백64명은 기능.생산직보다 사무.전문직을 원해, 취업희망자들이 '힘든 일' 을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인력은행 전문상담원 이서란 (李瑞蘭.36.여) 씨는 "이번 행사에 모인 구직자수는 많았지만 정작 생산직 등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한 업체가 절반이나 된다" 고 말했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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