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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비다케 CD 첫선…생전엔 음반제작 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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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생전에 음반제작을 거부했던 루마니아 태생의 독일지휘자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1912~96) .그가 뮌헨필하모닉 음악감독 재임시절 남긴 실황녹음이 CD로 처음 공개된다.

오는 17일께 EMI레이블로 국내 출시될 음반은 지난 6월 첼리비다케의 유족과 뮌헨필 신임감독 베른트 겔러만, EMI클래식의 리차트 리틀톤사장 간에 이뤄진 합의에 따른 것.

'첼리리비다케 에디션' 1차분에는▶하이든 '교향곡 제103.104번'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 하이든 '교향곡 제92번' ▶드뷔시 '바다' '이베리아' ▶베토벤 '교향곡 제4.5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6번'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마이스터징거 전주곡' '신들의 황혼' '지그프리트의 목가' ▶슈만 '교향곡 제3.4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 라벨 '볼레로'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과 함께 바르토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이 담긴 2장짜리 보너스 CD도 포함돼 있다.

02 - 3449 - 9422~4. 뮌헨필을 이끌던 79년부터 27년간 그가 남긴 녹음은 TV.라디오 방송용 실황들로 모두 2백여곡. 따라서 앞으로도 '첼리비다케 에디션' 은 계속 출시될 예정이다.

이번 음반은 라이브 녹음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제작과정에서 거의 편집을 하지 않았다는게 특징. 고인은 생전에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녹음하는 것을 철저하게 거부했고 실황녹음을 음반으로 제작, 판매하는 것도 반대했다.

첼리비다케의 아들 세르주 요안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음반제작을 결심하게 된 것은 고인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는 뜻과 함께 현재 음반시장에서 범람하는 불법복제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향후 50년이 지나면 어차피 저작권이 소멸돼 음반으로 만들어질 테니까 유족들이 살아있을 때 내야겠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유족들은 이번 음반의 판매수익금으로 2개의 재단을 설립할 예정. 뮌헨.런던.제네바.부카레스트 중 한곳에 '첼리비다케 재단' 을 만들어 청소년 음악교육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또 생전에 티베트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기근.환경문제에 도움이 되는 재단을 만들었다.

이름은 첼리비다케의 영문 이니셜과 '원조' 라는 뜻의 '헬프' 를 따서 'S. C. Help' 재단으로 정했다.

부카레스트의 한 무용교습소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첼리비다케는 생전에 카라얀의 라이벌로 떠올랐고 대학에서 음악학.철학.수학을 전공했다.

훗설의 현상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복잡한 악보일수록 느린 템포로 연주해야 한다는 지론을 실천에 옮겼고 음반을 가리켜 '음악의 패스트푸드' 라고 비난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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