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 '튼튼어린이집'…"나무·바람·흙이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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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싱글벙글 (선생님) , 군고구마 더주세요. 너무 맛있어요. "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빨갛게 얼리는 겨울날씨. 놀이터에 피워놓은 모닥불에 군고구마를 구워먹는 '튼튼어린이집' 아이들 얼굴에 흰눈이 나풀거리며 내려앉았다.

추위에도 아랑곳없는 아이들은 이내 강아지인양 눈밭을 뒹굴며 회색빛 하늘에 쨍쨍한 웃음을 쏟아냈다.

아이들의 해맑은 재잘거림에 겨울은 저만큼 물러나있다.

과천 뒷골 우면산기슭에 어린이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그곳에서 뛰놀게 하는 30여명의 학부모들은 자연의 품만한 선생님이 없다는데 한치의 이견도 없다.

서로 돈을 모아 계절의 변화를 송두리째 느낄수 있는 산기슭의 주택을 세얻은 것도 그때문이다.

서울서초동집에서 이곳까지 5세 아이를 보내는 전은진씨 (32.약사) 는 "매일 자연속 나들이를 하는 덕에 아이의 다리가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며 대견해한다.

삭막한 콘크리트숲에 갇혀지내는 아이들을 자연속에 뛰놀게 하자는 학부모들의 소리없는 '운동' 이 결실을 맺어 현재 5백여명의 학부모들이 서울시 성산동.중계4동.갈현2동.성남시 율동.부산시장전1동등 17개곳에 어린이집을 세웠다.

내년초에는 수원광교산자락 갈대밭의 전원주택등 4곳에 더 들어서게 된다.

지난 94년 전문직의 뜻있는 학부모들과 교육학전공 교수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공동육아연구원의 뜻에 따라 각지역 학부모들이 출자금을 내 만든 협동조합방식의 이어린이집들은 자연친화교육외에도 주말에는 조합원가족들이 한가족인양 어울리는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이곳은 일반 유아원과는 달리 획일적 주입식 숫자교육이나 한글교육등을 하지않는 것이 특징. 물론 방학도 없다.

어린이집운영과 교육프로그램마련에는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어 지역마다 출자금이나 보육료.대상아동 선정등 운영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가입을 원하나 자리가 없을 경우는 뜻있는 학부모들끼리 집을 마련하면 공동육아연구원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과천동 튼튼어린이집의 경우 그린벨트에 자리잡은 대지 7백여평의 집을 1억8천만원에 전세 얻었다.

10개월짜리부터 9세어린이까지 모두 39명 (6개반) 을 맡긴 학부모들이 출자금으로 1인당 4백여만원씩을 갹출했고 출자금의 10%에 해당하는 가입비와 월 20만~53만원 (아이의 정도에 따라) 씩의 보육료를 내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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