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OECD 1년의 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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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한 지 오늘로 꼭 1년이 된다.

OECD회원국이 됐다는 것은 한국이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만 1년전 OECD에 가입하면서 "이는 우리 국민이 지난 수십년간 이룩한 경제개발의 성과와 성숙도가 이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된 것을 의미한다" 며 선진국 진입을 자축 (自祝) 했다.

그도 그럴 것이 OECD 가입당시 우리 경제는 컴퓨터 메모리칩 생산 세계 1위, 조선실적 2위, 전자제품 생산 4위, 총교역규모 12위라는 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가부도 일보 직전에서 국제통화기금 (IMF)에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됐고 다른 OECD회원국들에 손을 벌리는 부끄러운 처지가 됐다.

금융시스템 전반이 흔들리면서 돈 흐름이 마비돼 주요 시장금리들이 법정 최고한도인 연 25%선까지 치솟는 한계상황에 몰렸다.

대다수 국민들의 고통을 대가로 일부 부유층만 좋아지는 후진국형 경제로 퇴보하고 말았다.

어째서 이처럼 만신창이가 됐을까.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OECD 가입이 잘못됐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1년전에도 한국의 OECD회원국 자격을 놓고 시비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OECD 가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고 국제적으로도 선진국 경제제도.규범을 따르기에 앞서 내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OECD 가입을 마냥 밀어붙였다.

당시 OECD 가입을 대통령의 치적중 하나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앞섰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논리가 늘 앞서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가 OECD 가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OECD 가입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IMF 구제금융에 기대게 된 우리 경제이지만 OECD회원국 지위를 물리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IMF가 제시한 구조조정 계획을 생산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래야만 OECD회원국으로서 실추된 명예를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시장경제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이는 금융산업을 비롯한 각 산업의 뼈아픈 구조조정과 제도개선을 수반하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을 외부충격으로 인해 '약간 빨리 갈 뿐' 이라는 마음으로 힘차게 가야 한다.

김형기 국제경제팀

김형기 <국제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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