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초등생 아들의 '섞어 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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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자, 맛있는 찌개 대령입니다."

"애도, 참. 라면은 될 수 있으면 넣지 말라니까. " 식탁에 먼저 앉아 있던 주부 박재홍 (朴載弘.42.인천부평구산곡동현대APT) 씨는 말 뒤끝을 흐린다.

아이들에게 인스턴트식품은 아예 못먹게 하고 싶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짜리가 직접 '요리' 라고 만들어온 음식을 타박하기는 힘든 것이다. 일명 '부대찌개' 라고 불리는 햄.소시지섞어찌개. "몇달전에 제가 모임에 나갔다가 조금 늦게 들어온 적이 있어요. 저녁준비를 안해두었더니 둘째 애가 무척 배가 고팠던 모양이예요. ." 라면이 있긴 했지만 호기심 많은 범준이는 '그냥' 라면은 싫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안계신 '기회를 틈타' 집에 있는 소시지니 햄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인 뒤 라면은 사리로 추가해 먹었더란다.

"아이들도 의외로 음식 만들기를 재밌게 여긴다는 걸 알았어요. 위험하다느니 '사내애가 무슨' 따위의 생각으로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 그래서 그는 아이에게 "엄마는 매일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하니까 이따금 범준이가 엄마를 위해 한끼 반찬을 해보면 어떻겠니" 하고 제안했다.

기특하게도 아이는 캠핑 때 밥도 해봤다며 그 제안을 즐겁게 받아들였고, 그 후 朴씨는 1~2주에 한번씩은 아이의 저녁식사 걱정 없이 가볍게 외출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역시 할 줄 아는 건 김치찌개 뿐이더군요. 게다가 햄이나 소시지등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 있어서 그런지 꼭 그런 걸 넣더라구요. " 朴씨는 조금이라도 영양균형을 맞춰 주고자 미리 버섯이나 콩나물등의 야채를 손질해 냉장고에 넣어 두기 시작했다.

"범준아, 오늘 찌개 정말 맛있었어. 남은 음식 쓰레기는 나중에 네가 분리수거 해줄 거지?" 씽긋 웃으며 '예' 하고 대답하는 범준이 얼굴에 불만같은 건 없다.

정말 '자식은 엄마 아빠가 가르치기 나름' 인가 보다.

김정수 기자

<섞어찌개 만드는 법>

▶재료 (4인분) =김치1/4포기, 양파1/2개, 대파1뿌리, 풋고추3개, 양송이버섯 (中) 6~7개, 느타리버섯4개, 콩나물100g, 프랑크소시지2개, 돼지고기70g, 통조림햄 (小) 1/3, 두부1/6모, 떡국떡15개, 다진마늘1/2찻술, 소금약간

▶만드는법

①김치와 돼지고기는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놓는다.

②양파는 채썰고, 대파와 풋고추는 어슷썰기하고, 콩나물은 머리를 따고 손질해 놓는다.

③버섯은 씻어서 큰것은 길이로 갈라놓고 프랑크소시지는 떡국떡모양으로 어슷썰기하고, 햄은 0.2㎝두께로 납작하게 썰어놓는다.

④두부는 0.5~1㎝두께의 정사각형모양으로 썰어놓는다.

⑤전골냄비에 김치.돼지고기를 넣고 물을 4컵정도 부은 뒤 불에 올려 놓는다.

⑥약간 끓기 시작하면 양파.콩나물.버섯.소시지.햄.떡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⑦불을 약간 줄이고 소금이나 김치국물로 간을 하면서 두부.대파.풋고추.마늘 다진 것을 넣고 한번 더 끓인 뒤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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