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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첨단 군사력 수준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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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일본은 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 발사 실험을 하자마자 첩보위성 4기체제와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10년도 안 돼 일본은 이 약속을 보란 듯이 이행했다. 지구 상공에는 일본의 첩보위성 4기가 한반도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광학위성 2기, 레이더 위성 2로 구성된 이 첩보위성은 1m급의 분해능력을 갖는 첨단 위성으로, 비와 구름 등의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첩보수집을 하고 있다. 가까운 시간 내에 약 30㎝급의 분해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최첨단 첩보위성이 약 10㎝급이니 일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된다.

고도 약 300㎞의 상공에 약 10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일본의 로켓(액체연료) 실력은 북한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물리학적인 계산으로 약 200㎏ 인공위성을 고도 약 300㎞의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로켓 실력이 있으면 미사일을 지구 어느 곳에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란이 지난 2월 발사에 성공한 인공위성 ‘오미드’의 무게가 약 27㎏이고, 한국이 오는 7월께 발사 예정으로 있는 KSLV 1의 위성무게가 약 100㎏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우주발사체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이를 군사적으로 전용하게 되는 날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특히 고체연료 로켓인 M-V 시리즈로도 300㎞의 저궤도에 약 1.5t을 올릴 수 있으니, 세계 어느 곳으로도 미사일 투사가 가능하다. 미국에 의해 고체연료 로켓 개발의 사정거리가 300㎞에 한정된 한국의 실상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우주공간에 머무는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상업용 로켓과 달리 미사일은 지구로 재돌입을 해야 한다. 일본은 이를 위해 ‘오렉스(OREX)’라는 대기권 재돌입 장치로 모든 실험을 끝낸 상태다. 문자 그대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대륙간탄도탄 구비가 가능한 일본인 것이다.

미사일방어(MD)체계도 완성했다. 일본은 보유하고 있는 6척의 이지스함에 한국의 이지스함에는 없는 대기권 외 요격용 미사일 SM-3를 장착하고 있다. 대기권 내에서는 패트리엇 3(PAC-3) 미사일로 요격하게 되는데 도쿄를 중심으로 배치 완료됐다. 요격을 위한 미사일 탐지는 미국의 조기경계위성이나, 아오모리현 샤리키(車力)에 배치돼 있는 주일미군의 고주파용 X밴드 레이더를 활용한다.

핵무기 수준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6개월 이내에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우선 핵폭탄을 만드는 데 필수적 요소인 핵원료는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재처리 공장에서 핵무기급 원료인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를 충분히 획득할 수 있다. 기폭장치의 제조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직경 15㎝의 대포 위에 올리는 아주 소형의 핵탄두가 아니고 탄도 미사일이나 순항 미사일 등에 탑재할 정도라면 핵 제조가 언제든 가능하다.

남은 과제는 정치적 결단인데 북한이 일본을 자극하고 있어 미국이나 한국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정치적 결단에서 어려운 부분은 미국의 반대와 일본 국민의 찬성 여부다. 그런데 북한의 핵무장이 확실시되면 안 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일본 국민의 동의 가능성은 우주기본법에서 나타날 것이다. 우주를 평화적으로만 이용하겠다고 세계 만방에 공포한 일본 중의원의 ‘우주의 평화이용 원칙’ 선언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계기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반대도,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불안하다는 일본 국민의 여론이 비등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 전략에는 두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F-15 전투기 생산 때 그랬다. 패트리엇3 미사일도 돈을 두 배 가까이 들여가며 자체 생산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능력이나, 대륙간탄도탄 개발 잠재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째는 항상 전면에는 ‘평화’라는 브랜드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핵무기 개발에선 ‘비핵 3원칙’, 우주개발에선 ‘우주의 평화이용 원칙’이 각각 그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국이 미사일 사정거리 300㎞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굳이 군비경쟁을 자극하는 주장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평화적 우주 개발을 위해 한국도 자유로운 고체연료 로켓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훗날 자연스레 안보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