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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지원 아리송한 합의 내용…1월에 또 협상, 예금 2000년까지“전액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IMF) 이 5일 긴급자금지원 합의내용을 발표하면서 분명해진 것이 있고, 되레 더 혼란스러워진 것도 있다.

분명해진 것으로는 첫째, 회생불가능한 부실금융기관은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실금융기관이라도 회생가능하면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자본확충을 통해 살리기로 했다.

원칙적인 얘기지만 앞으로 금융기관 폐쇄가 딴세상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부실은행의 폐쇄가 없다는 점에도 정부는 분명히 했다.

둘째, 3당 대통령후보의 이행각서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게 쓴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IMF측에 썼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는 "3당 후보가 대통령에게 각서를 쓰고 이같은 내용을 내가 IMF에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고 말했다.

셋째, 이미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을 약 3조9천억원 삭감하게 된다.

저성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내년에 재정이 7조2천억원 구멍이 나는데 세금을 3조3천억원 더 걷고, 3조9천억원은 안쓰고 깎겠다는 것이다.

넷째,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일본이 엄청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林부총리는 "IMF내에 투표권을 많이 가진 국가들의 요구가 늘어 막판에 진통을 겪었다" 며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는 일본과 관련이 있다" 고 말했다.

다섯째,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IMF협의단은 1월에 다시 방한, 이번에 시간이 없어 미처 결론을 내리지 못한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그 때는 재경원은 물론 통산.노동.농림부등 관련 경제부처와 구체적인 일정.이행목표를 논의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예금 전액보장은 2000년 말까지만 계속된다.

그러나 정부와 IMF는 2001년부터는 예전처럼 부분보장 (1인당 2천만원, 보험은 5천만원) 만 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따라 예금 전액보장이 2001년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이에 비해 여전히 불투명한 부문도 적지 않다.

첫째, 금융감독원 통합문제가 헷갈린다.

정부는 감독기관을 통합한다고 밝혔지만 IMF는 금융감독 강화만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은 민감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합의된 것인지 가려져야 할 문제다.

둘째, 이날 발표하지 않은 이면계약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져 어떤 내용이 더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반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IMF지원을 받은 국가중 이면계약을 모두 공개한 곳은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보다 구체적인 일정과 수치들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거시경제지표를 두고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정부는 약 3%라고 밝혔지만 IMF가 배포한 자료에는 2.5%로 써있어 혼선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각종 합의조치의 시행시기가 불투명하다.

예컨대 대기업 계열사간 상호채무보증의 축소에는 합의했지만 완전 해소시기는 명시되지 않았다.

아무튼 정부와 IMF의 줄다리기는 이제 시작단계다.

기업과 국민 모두는 IMF와 그뒤에 있는 미국.일본등의 추가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딱한 처지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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