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깊이 읽기] ‘전쟁 끝내는 법’간디에게 물어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다케나카 치하루 지음, 노재명 옮김
갈라파고스, 248쪽, 1만1000원

한 인도 농부가 숨을 헐떡이며 마하트마 간디에게 달려왔다. 영국인 농장주가 현지인들에게 가혹행위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호소였다. 현장을 확인한 간디는 농장주에 대한 직접적인 분노 표출이나 항의 대신 자원봉사자부터 끌어 모았다. 각종 매체에 상황을 알렸고, 딱 맞는 구호도 만들어냈다. “사티아그라하!”, 산스크리트어로 진리 지키기였다.

1917년, 비폭력·시민불복종의 여파로 간디는 재판에 회부됐다. 인도인들로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었다. 간디 구속으로 농민 학대문제는 전국적 이슈로 번져갔다. 영국의 식민 당국도 여론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못했다. 요즘으로 치면 전형적인 NGO 활동인데,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평화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인도정치를 전공한 일본 릿교대의 정치학 교수이자 반전운동가답다.

이 책은 지구촌 전쟁·폭력에 대한 고발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포함해 이슬람권과 아프리카 내전 등 폭력 현장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딱딱한 분석 대신 부드러운 설명조이고 경어체다. 간디의 사례에서 보듯 전쟁·폭력은 국가 대 국가 만이 아니라 문명 대 문명, 도시 대 빈민촌 등 포괄적인 갈등 구도에서 발생한다.

2006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200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전쟁·폭력으로 사망했다. 부상당한 어린이는 400만 명. 무력분쟁이 일어나면 다치는 이들의 90%가 시민인데, 대부분이 어린이·여성이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경우 반군 80%가 18세 미만 소년병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2002~2006년 42개 국가의 15억 명 아이들이 폭력상황에 노출됐는데, 난민생활을 경험했던 아이들은 3900만명이다.

어떻게 하면 전쟁·폭력을 추방할까? 첫째가 독을 독으로 제압하는 미국 방식이다. 저자는 여기에 찬동하지 않는다. 이슬람권의 반미 정서를 소개하면서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야말로 이걸 부추긴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태도를 감안해보시라. 그가 선호하는 방법은 폭력문화의 연결고리를 끊어주는 비폭력운동·사회구조 개선이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폭력을 굴복시킬 수 있다.

‘옳으신 말씀’이지만, 실감은 덜하다. 왜 그럴까? 두 개다. 우선 저자는 전쟁·폭력을 다소 과장하는 인상을 준다. 찰스 커츠먼 등 이 분야의 다른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수 십 년간 지구촌 내전과 국가 사이의 전쟁은 대폭 감소했다. 게릴라전·테러리즘이 위주인데, 그건 ‘전쟁의 부스러기’라는 것이다. 또 하나, 저자의 글솜씨가 특별히 뛰어나지 않고(일본 책들이 그런 경향이 있다), 당위성 강조 위주라서 그렇다. 혹시 ‘우리 탓’은 아닐까? 미사일이 하늘을 슝슝 날아다녀도 태무심한 안보 불감증 말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