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지원이후]함정 많은 양해각서(1)…가혹한 긴출,성장잠재력 잠식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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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3일 정부가 IMF측과 합의한 '양해각서' 는 긴축을 통해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축약된다.

그러나 '급하게 먹는 떡에 체한다' 는 속담처럼 외환위기에 너무 쫓긴 나머지 우리경제의 장기 성장을 가로막을수 있는 함정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 재정.통화긴축 = IMF의 '긴축' 처방은 재정적자가 크고 통화증발이 많아 인플레이션이 높은 경제에서 주로 효험을 발휘한바 있다.

제프리 삭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등 미국 학자들조차 한국경제는 재정이 균형상태인데다 물가도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긴축처방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게 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고 전망했다.

◇ 기업 적대적 인수.합병 (M&A) 허용 = 주가가 폭락한 상태에서 한꺼번에 증시가 개방되고 적대적 M&A가 허용되는 바람에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인 M&A가 대단히 활발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거품을 빼는 것은 좋지만 경영권 방어비용이 많이 들게 생겼다" 고 울상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백억원 (약 1천만달러) 으로 인수가능한 상장법인이 2백22개사로 전체 상장회사의 3분의1이나 된다.

◇ 단기채 시장개방 = 단기 투기자본 (핫머니)에 완전 노출된 셈이다.

통화긴축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내외 금리차를 챙기려는 외국 핫머니들이 대량으로 들어올 판이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도 "적절한 관리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핫머니 유출입에 따라 금융.외환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고 시인했다.

◇ 은행 진입 조기허용 = 금융계는 "우량은행은 외국인들이 가져가고 부실은행은 망하는 일만 남았다" 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내은행에 대한 1인당 소유지분 제한이 존속하는 상황에서 외국 합작은행에 대해 지분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역차별' 이라는 지적이다.

◇ 수입선 다변화제도 폐지 = 재경원은 어차피 할 일을 당겼다고 둘러대지만 전체 산업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문호가 열려 가전.자동차등 주요산업의 시장 잠식이 예상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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