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구이집 너도나도 '무제한 9.99불'…오해와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미주중앙 요식업계의 ‘무제한 전쟁’이 거세다. 현재 LA 한인타운에서 무제한 고기 메뉴를 제공하는 구이전문점은 약 30여 곳.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6개월 사이 새롭게 무제한 메뉴를 시작했다. 가격도 기존 1인당 16.99달러선이 무너지며 9.99달러에서 또 다른 전선이 형성된 상태다.

업계에선 ‘불황 타개책’인 동시에 ‘고객 서비스’라며 손님 몰이에 애를 쓰는 분위기.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고기를 맛 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무제한 고기집에 몰리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다 다 같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무제한 고기 전쟁’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 9.99달러 vs 16.99달러=업소마다 1~2달러 내외의 근소한 차이가 있지만 LA 한인타운내 대부분의 업체들이 제공하는 무제한 고기 메뉴의 가격대는 9.99달러와 16.99달러로 나뉜다. 9.99달러 메뉴는 차돌박이 삼겹살 등 상대적으로 도매가가 싼 육류 2~3가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16.99 달러 메뉴의 경우 양념갈비 혀밑 주물럭 불고기 돼지갈비 등 생갈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육류 12~16가지가 포함돼 있다.

만나 다호갈비 최가네 등을 중심으로 14.99~15.99 선에 형성돼 있던 무제한 고기 시장은 올해 들어 오대산 산야 돈돼지 등이 9.99 달러 무제한 메뉴를 제공하며 이원화 되기 시작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민감해지자 무조건 ‘9.99 무제한 경쟁’에 합류하는 업소들이 늘어났다.

반면 일부 업소는 원래 가격에 1~2 달러를 더해 16.99 달러에 해산물이나 곱창 막창 대창 등을 추가로 서비스하는 전략을 택했다. 9.99 메뉴와 16.99 메뉴를 겸하는 업소들도 늘어났다. 산야의 김중재 대표는 “기존에 하던 15.99 메뉴와 함께 9.99 달러에 6가지 고기를 제공하는 메뉴를 새롭게 시작하자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16.99달러 무제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추풍령 임재욱 대표는 “무제한과 일반 고기 메뉴 손님 비율을 따지자면 8대2 정도”라며 “9.99달러 메뉴를 제공하는 업소가 크게 늘어 타격은 좀 있지만 양념갈비와 주물럭을 특히 좋아하는 손님층은 16.99 메뉴를 꾸준히 찾는다”고 설명했다.

◇ 남는 장사 vs 밑지는 장사=무제한 고기 경쟁이 요식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이란 우려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나마 이 불황에 ‘무제한’ 덕에 현상 유지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시장에 형성된 가격대는 ‘손해는 안 보는’ 수준으로 손님몰이에 성공할 경우 렌트비나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지불하고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돈돼지 정재운 대표는 “불경기엔 음식 맛보다 가격에 민감하다는데 착안해 손님모으기 용으로 9.99 메뉴를 시작했다”며 “9.99 메뉴도 가게 운영비만큼은 남는다”고 전했다. 오대산 오철원 대표는 “무제한 고기 메뉴의 포커스는 ‘박리다매’”라며 “9.99 달러 메뉴 덕에 단골 손님도 늘고 테이블 회전율도 빨라져 지난 2월 무제한 메뉴를 시작한 이래 고객 수가 3~4배는 늘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박리다매’가 불가능한 작은 규모의 업소들은 무제한을 실시해도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대산의 경우 무제한 메뉴 덕에 주류 판매 역시 6~7% 가량 늘어나 전체적인 매상 호조에도 효과를 본 경우다. 다른 구이 전문점들도 “특별히 주말엔 무제한에 주류를 곁들이는 손님이 많아 장사를 할 만 하다”는 분위기다.

한인들이 평균적으로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양도 타인종들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다. 한 구이전문점 관계자는 “한번에 평균 2파운드 이상 고기를 먹는 사람은 드물다”며 “1인당 16.99 달러는 할만한 장사”라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무턱대고 무제한을 주문했다 ‘생각만큼 못 먹겠다’며 젓가락을 놓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 손님에게는 무제한 보다 콤보 메뉴가 훨씬 이득”이라고 귀띔했다.

◇ 가격 경쟁 vs 서비스 경쟁=분위기에 휩쓸려 무제한 경쟁에 뛰어드는 구이 전문점이 많아지자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무제한이라고 무조건 손님이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고기의 질이나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치면 무제한 경쟁에서도 도태되기 십상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계란찜 냉면 된장찌개 등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종업원들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9.99 달러 무제한 고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무제한 업소들의 경우 고기의 질이 떨어지거나 손님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이 되기 쉽다”며 “요새 손님들은 한번 실망한 집엔 다신 안가는 추세라 주의를 기울여아 한다”고 충고했다.

무대포 브라이언 정 대표는 “가격으로만 승부하다가는 고기 도매가가 오를 경우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며 “디저트 서비스 등 각 업체마다 나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제한 고기’ 전쟁, 세리토스 가장 치열
LA한인타운에 불기 시작한 무제한 고기 9.99달러 메뉴는 세리토스 인근에서 이미 4년 전부터 시작됐다.

맨 처음 9.99 달러 메뉴를 선보인 ‘이씨네’를 시작으로 현재 세리토스 마당쇠, 은주네, 황해도 등 주요 구이 전문점들이 모두 9.99 메뉴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일부 구이점들은 주말에 30~40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손님들이 몰리는 추세. 메뉴는 LA 지역과 마찬가지로 차돌박이, 삼겹살 등이 중심을 이룬다. LA와 다른 점은 무제한 고기와 함께 주류를 주문하는 고객의 수가 많지 않다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싼 고기 먹겠다고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술도 ‘비싸다’며 잘 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세리토스 지역 요식업계에서는 9.99 무제한 메뉴를 없애자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주네 김은주 대표는 “한 때 업주들 사이 9.99 메뉴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일부 업주가 고집을 꺾지 않아 아직도 9.99 경쟁이 계속되는 중”이라며 “심각한 불경기가 지나 가봐야 메뉴나 가격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미주중앙 : 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