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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18> 중국 증시 ‘아는 게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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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차이나 펀드가 다시 인기다. 중국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차이나 펀드 상품에 투자자금이 쏠리고 있다. 중국 주가의 바로미터인 상하이 증시 종합지수는 올해 약 30%가량 올랐다. 차이나 펀드로 속앓이를 했던 투자가들은 ‘손실을 만회할 기회’라며 벼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증시 시스템은 우리나라 증시와 여러 면에서 달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조심해야할까.

한우덕 기자

모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K씨. 그는 ‘차이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하곤 했다. ‘차이나 펀드’ 때문이다. 2006년 여름 친구의 권유로 가입했던 차이나 펀드는 당초 투자금 1억원에서 지금은 450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렇다고 팔 수도 없는 처지로, 그저 끙끙 앓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상하이 주가 급등 소식을 접하고는 ‘다시 한번 해봐’라는 유혹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K씨는 아직도 중국증시에 대해 ‘까막눈’ 수준이다. 자신이 가입한 차이나 펀드가 어떤 시장, 어떤 품목에 투자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묻지마 투자’였던 셈이다. 그는 이참에 중국주식을 공부하기로 했다. ‘중국주식 박사’로 통하는 P씨를 찾아갔다.

P씨는 중국주식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칸막이 증시’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중국증시는 상하이·선전·홍콩 등 3곳에 설립돼 있다. 상하이·선전 등 본토 증시에서는 A주와 B주가 거래되고, 홍콩증시에는 H주(중국 국유기업 종목)와 R주(홍콩에 법인을 둔 중국기업 종목)가 있다. 이 중 A주는 중국인만 투자할 수 있고, B주는 외국인도 투자가 가능하다. 주식의 종류에 따라 투자가 엄격히 구분돼 있어 ‘칸막이 증시’로 불린다.”

외국인은 이론상으로는 상하이·선전 증시의 B주와 홍콩증시의 H주·R주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차이나 펀드다. K씨는 차이나 펀드에 가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중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K씨가 가입했던 차이나 펀드는 어느 시장에 투자됐을까. P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기존 차이나 펀드는 대부분 중국이동통신, 중국공상은행 등 홍콩증시에 상장된 H주(국유기업 종목)에 투자된다. B주에 투자되기도 하지만 극히 적다. 차이나 펀드의 투자가치는 본토시장이 아닌 홍콩증시의 등락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K씨는 자신의 투자상품이 홍콩증시에 투자됐다는 말을 듣고는 ‘무늬만 차이나 펀드구나?’라며 놀란다. 중국 경제를 더 적절히 반영하는 본토 증시의 A주에 투자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답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잇따라 선보인 ‘본토기업 투자 펀드’가 그것이다.

“중국 정부는 허가된 외국기관에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A주 투자를 허용한다. 이를 ‘QFII(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공인 외국 기관투자가)’라 한다. 국내에서는 푸르덴셜코리아·미래에셋·삼성투신 등이 이 자격을 얻었다.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PCA차이나드래곤A’,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 등의 QFII 펀드에 가입하면 간접적으로 A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K씨는 ‘A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에 반색한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A주 종목의 수익률이 반드시 H주보다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P씨는 ‘시장상황으로 볼 때 A주가 H주보다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본토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비(非)유통주가 많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은 상장사 전체 주식의 약 3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유통되지 않는다. 문제는 주식시장 개혁에 따라 이들 비유통주가 앞으로 2년 안에 모두 시장에 풀린다는 점이다. 당연히 물량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비유통주가 본토 증시의 상승 여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H주는 비유통주 영향을 적게 받고, 이미 본토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A주 펀드 상품을 살지, 아니면 H주 펀드에 가입할지는 이제 K씨의 몫이다. 본토와 홍콩증시의 주가 추이를 면밀히 추적하고, 비교하면서 투자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8월, 마침내 문 여는 차스닥

중국 증권업계가 최근 흥분하고 있다. 5월 1일 발족하게 될 ‘차스닥(Chasdaq·중국명 創業板)’시장 때문이다. 미국의 나스닥, 한국의 코스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2 증권시장이 중국에도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창투사 등은 기업공개(IPO)사업 기대감으로, IT(정보기술)관련 업체는 거액의 자금조달 꿈으로, 일반 투자가들은 ‘차스닥 대박’의 설렘으로 시장 설립을 기다리고 있다. ‘차스닥 기대감’은 기존 시장의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에서 차스닥 설립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다. ‘설립되네, 마네’로 10년을 끌던 차스닥은 3월 1일 중국증권감독위원회가 ‘차스닥관리규정’을 발표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관리규정’에 따르면 차스닥은 선전 증시에 들어서게 된다. 5월 IPO작업이 시작되고, 8월쯤 첫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50~100개의 정보기술·생명공학 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이 초기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90년대 말 겪었던 ‘코스닥 열풍’이 중국 차스닥 시장에도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한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팀장은 “초기 상장사 대부분은 재무구조와 기술력이 탄탄한 업체로 구성될 것”이라며 “투자 열기는 높은 반면 시장 규모가 작아 가격 급등 현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투자가들도 ‘차스닥 떡고물’을 챙길 수 있느냐에 있다.

우선 개인투자가의 경우 차스닥 시장에 직접 투자할 길은 막혀 있다. 차스닥 투자 허가를 받은 QFII(공인 외국 기관투자가)를 통해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국내 QFII가 투자하기에는 차스닥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가들에게 차스닥 시장은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중국에 진출한 정보기술·바이오 관련 업체는 장기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팀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약 1000개 정도의 업체가 차스닥에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NC소프트·CJ홈쇼핑 등 중국 진출 국내업체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외국투자 업체에 어느 정도 차스닥 시장 문을 열어줄 지가 관건이다.

국내 창투사에도 길은 열려 있다. 코스닥에서 잔뼈가 굵은 창투사들의 경험이라면 중국에서 유망 벤처업체를 발굴해 선(先)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re-IPO(사전 투자 후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 회수)’사업이다. 이럴 경우 중국에 일찌감치 진출해 벤처투자 사업을 하고 있는 KTB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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