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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이웃서 막을수 있다…내년7월 관련법 효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또 전쟁이 시작됐구나' 주부 박모 (38.서울강서구화곡동) 씨는 옆집에서 날카로운 고함소리와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리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연신 맞고 있을 옆집 주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얼마전 경찰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가 "괜한 남의 집일 참견으로 욕먹을 일 있느냐" 며 무안을 당한터라 그저 '안됐거니' 하고 넘어갈 뿐 속수무책이었다.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아내를 때리는 옆집 남자가 아무리 짐승같아 보여도, 얼마나 맞았는지 절룩거리며 등교하는 아이 친구가 아무리 가여워 보여도 '남의 집안 일' 이라 함부로 나서기가 꺼려졌던 가정폭력. 하지만 가정폭력은 구타에 견디다못한 아내의 남편살해, 일상적 구타속에 자란 청소년의 학원폭력행위등 심각한 사태를 낳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데' '자기 자식 때려서 키운다는데' 하고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18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가정폭력방지법으로 이제 이런 사건의 조기발견 및 해결이 가능해졌다.

본인이 아니라도 이웃의 가정폭력을 자유롭게 신고.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또 배우자의 구타에 관한 상담을 받은 상담소의 책임자나 부모에게 심하게 맞은 아이를 본 선생님에겐 가정폭력범죄를 신고할 '의무' 까지 생긴 것. 경찰도 즉각 출동해 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지난 94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위한 전국연대' 가 결성된 후 한국여성단체연합등이 주체가 되어 꾸준히 입법운동을 펼친 노력의 결과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안' 과 '가정폭력예방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은 내년 7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된다.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보호.교화.치료기관등에 필요한 예산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가정폭력방지법에 대한 바른 이해와 관심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신고와 고소.고발 = 가정폭력이란 주로 가족구성원사이에 행해지는 육체적.물리적 폭력행위. 일반 형사사건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는 3년 (단순폭행)~15년 (살인) 까지다.

협박.명예훼손과 같은 정신적행위도 포함되는데 명예훼손의 경우 친고죄에 해당하므로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한다.

어린이나 노인.장애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이나 친족이 대신 고소할 수도 있다.

신고자는 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 경찰 및 사법기관의 역할 = 사건 발생 즉시 경찰은 출동하여 폭력행위를 멈추게 해야 한다.

또 피해자는 본인의 동의 하에 가정폭력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의료기관등으로 인도하고,가해자에겐 폭력행위 재발시 긴급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해야 한다.

법원판결에 의해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임시조치는 피해자 또는 가족 주거공간으로부터의 격리, 경찰관서.구치소등에의 유치등이다.

가해자가 알콜중독인 경우 의료기관이나 요양소에의 위탁도 가능하다.

일단 접수된 사건은 검사가 사건의 성질.동기.결과 및 행위자의 성행.습벽등을 고려하여 폭력행위관련법 위반과 같은 일반형사사건인지 가정보호사건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조사.심리를 통해 가해자에게 ▶피해자에의 접근 제한▶친권행사의 제한▶보호관찰▶보호시설.의료기관.상담소등에의 위탁등 보호처분을 내리게 된다.

보호처분을 가해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다시 검사에 송치하여 일반형사사건으로 다룰 수도 있다.

◇ 피해자의 보호 =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는 변호사.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상담소등의 상담원등에게 대리진술을 부탁할 수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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