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손님이라고 막말 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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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며칠 전 대형 할인마트에 물건을 사러 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붐볐고 특히 시식코너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내가 인절미 시식코너 앞에 서있을 때였다. 내 또래의 아이가 잔뜩 콩고물을 묻혀가며 여러개의 인절미를 먹고 있었다. 판매대에 콩고물을 연신 흘려댔기 때문에 판매하는 아주머니는 행주로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주머니가 상냥하게 조심해 먹으라고 일렀지만 그 아이는 잔뜩 먹고나선 "에잇, 재수없어"라며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닌가.

아주머니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할인마트의 근무 규정상 손님에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처럼 단지 손님이라는 이유로 나이 많은 판매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용납해도 되는 것인가.

요즘 아이들이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다고 TV에서 떠들어대도 그러려니 했는데 직접 목격하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과 판매원이라는 입장을 떠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할 줄 아는 청소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아름.경기도 수원시 팔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