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즐겁게]낙지요리…낙지는 전남일대 갯벌서 나는 '세발낙지' 으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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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봄 조개 가을 낙지' 란 말이 있듯 늦가을로 접어든 지금이 바로 낙지 맛이 제일 좋은 때다.

낙지는 단년생 연체동물로 갯벌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서 산란을 한 후 죽는다.

산란 후 치어로 자란 낙지는 어미살을 뜯어 먹는 불효막심한 놈들이다.

어미에게서 더 이상 뜯어 먹을 것이 없어지면 저희들끼리 서로잡아 먹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작은 게나 바지락.새우 따위를 잡아 먹는다고 들었다.

낙지는 한반도 어디서나 나지만 서해안산이 부드럽고 그 중에서도 맛이 각별히 좋은 것은 전남 무안군 현경해제 (玄慶海際) , 해남군 산이상공 (山二相公) 의 세발낙지를 친다.

다리가 세 개 있어서가 아니라 다리가 가늘어서 세 (細) 발낙지다.

다른 지역에서 나는 낙지는 다소 발이 굵지만 세발낙지는 발이 매우 가늘고 길며, 맛도 부드럽고 연하다.

세발낙지는 보리 추수 무렵인 늦봄과 벼 추수무렵인 가을철, 두 차례에 걸쳐 난다.

특히 가을부터 초겨울에 나는 '찬이슬낙지' 는 특상품으로 풍미를 더 한다.

하지만 요즘 영산강 하구언공사등으로 생태계가 변화하여 해남에서 조차 그흔했던 세발낙지가 희귀해져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발낙지는 계절에 따라 크기는 다르지만 크든 작든 토막을 낼 것도 없이 머리로부터 통째로 씹어 삼킨다.

토막을 내도 무섭게 꿈틀거리는데 살아 있는 놈을 머리서부터 씹어대니 낙지란 놈이 가만히 먹혀 줄 리가 없다.

무섭게 요동을 친다.

입안 천정이며 입밖 볼따구니에까지 몸을 비비꼬고 틀며 달라 붙는다.

초심자는 감히 먹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에 익숙한 사람은 낙지다리를 영감이 턱수염을 쓰다듬듯 쓰다듬어가며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세발낙지 가운데 작은 놈은 어른의 가운데 손가락만한 크기다.

이런 놈은 물통에서 부유하면서 아가미를 벌리며 뻐끔거리는 것을 소독저 하나로 아가미 속으로 디밀어 건져내고, 다리를 훑어 소독저에 감아 한입에 넣어 먹는다.

그 맛에 길이 들면 입안에 달라 붙는 것까지를 맛으로 친다.

서로 먹는 꼴을 바라보며 킥킥거리는 재미도 곁들인다.

낙지는 산낙지회 외에도 낙지를 넣고 끓인 연포탕, 낙지와 쇠고기를 넣고 끓이는 불낙,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고 끓이는 갈낙, 거기에 새우가 들어가는 갈낙새, 그외에도 낙지튀김.낙지볶음.낙지죽 등 다른 요리에 부재료로 들어가는등 그 용도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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