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란 무엇인…고정관념을 비트는 현장성 강한 행위예술

퍼포먼스는 연출로써,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공연되는 모든 예술을 일컫는다.

우리에게는 '행위예술' 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걸 연극이나 무용, 그림이나 음악 등과 구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퍼포먼스의 성격이 축제성.상징성.제의성.상황성.즉흥성으로 두드러진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 95년은 '미술의 해' 였다.

필자는 전국화랑협회 주관 미술의 해 오프닝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맡았다.

인사동 네거리에 1백m 길이로 깔린 천. 그 위를 나의 네살난 아들이 7개월된 동생을 유모차에 싣고서 앞으로 걸어 나가면서 물감을 떨어뜨렸다.

천에는 그림이 그려졌고 나와 남편과 그의 친구는 빗자루로 쓸면서 혹은 걸레로 닦으면서 그림 그리기를 계속했다.

예술은 생활에서부터 묻어나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록임을 상징한 것이다.

포크레인이 광목 위를 지나가 다시 이상한 형상의 그림을 그리고, 난 포크레인 손 안에 들어가 '예술의 생활화' '문화건설' 을 외치며 색색의 공을 관중에게 던졌다.

삼성항공 초대로 6차례 퍼포먼스를 할 때는 각기 다른 주제로 대응을 했다.

그 중에서 창원공단의 퍼포먼스에서는 직원들과 함께 수박.음료수.과자를 실컷 먹고 마시며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내던지게 하였다.

나중에 그것들을 모두 수거해 창원의 흙에 버무려서 광목 위에다 설치그림을 그렸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마음껏 먹고 마셔라.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목마른 자에게서 앗은 것이라면 어떻게 먹고 마실 수가 있겠느냐.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는 브레이트의 시를 낭송하면서…. 올해는 매맞는 여성, 청소년 폭력등을 근절하기 위한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을 위한 퍼포먼스를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법이 제정됐다.

행여 나의 퍼포먼스도 그것에 일조를 했을 것 같아 참 기쁘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련다.

퍼포먼스는 삶의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고 때로는 고정된 선입견을 확 뒤집어 더 폭넓게 사유할 수 있는 여유와 재치를 주는 활력소라고….

임경숙 <행위예술가·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