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든 MIT 교수 “북한 로켓 관련자 목 성치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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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인공위성 발사가 목표였다면 과거의 전철을 밟은 실패이겠지만,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국제사회가 단기적으로는 경제 제재에 나서는 한편 장기적으로 북핵 제거를 위해 대화와 타협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전하면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한·미·일의 주장은 작게 언급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경화시보(京華時報)는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도는 그래픽까지 곁들여 위성 발사 성공을 기정사실로 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6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는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을 가진 강성대국을 꿈꾸는 북한의 노력을 약화시켰다”며 “북한 미사일은 단기적으로 전혀 위협이 아니다”고 전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포든 MIT 교수는 “김정일이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를 알게 되면 관련자들의 목이 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WP)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과거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만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까지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WP는 내다봤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5일 “표면적으로 로켓 발사는 김정일의 명확한 실패지만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는 북한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2006년 7월 실험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는 발사된 지 수초 만에 폭파했다. 존 스웬슨 라이트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학 교수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실린 기고에서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대화 통로를 열어 두고 북한이 대립보다는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6일 사설에서 “미·일 동맹을 활용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움직여 북한의 핵 개발을 봉쇄하라”고 주문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한에 핵 포기를 강하게 요구해 동북아 안전 체제를 확보해야 한다”며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는 만큼 미사일 방어 체계도 한층 충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베이징=김동호·장세정 특파원,
서울=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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