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전문가 좌담] “북한, 파키스탄처럼 핵 보유와 대미관계 개선 동시에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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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위성의 궤도 진입엔 실패했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은 과거보다 향상됐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6일 소집된 유엔 안보리는 일치된 대북 제재안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방침을 놓고도 정치권은 엇갈리고 있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북한 미사일과 핵 문제 해법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사회=이정민 정치부문 부장대우

왼쪽부터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태성 기자]


-북한의 로켓 발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윤덕민 교수=“궤도 진입엔 실패했지만 1, 2단계는 예상대로 날아간 걸로 봐서 탄도미사일 성격으로는 실패로 볼 수 없다. 북한은 1998년 실패 이후 문제점을 개량해 2006년 대포동 2호를 쐈고 실패한 후 또 개량해서 이번에 로켓을 쏘아올렸다.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

◆남성욱 소장=“북한은 성공했다지만 미국은 실패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일종의 정치적 논쟁이 될 수는 있다. 북·미 간 성공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김태우 부원장=“ 북한은 국제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평화용 우주개발이라고 주장하지만 내심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투발 능력을 평가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는 일정한 수준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발사를 강행한 의도는 뭔가.

◆김=“ 첫째로 미국에 핵보유국으로서 자신들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둘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다. 셋째는 남한 내의 편 가르기다. 북한이 핵문제를 포함해 중요한 이슈를 던질 때면 언제나 남한은 진보와 보수로 갈렸다. 북한으로선 남한을 요리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마지막으로는 자신들의 체제 추스르기 및 내부 단결 도모다.”

◆윤=“북한은 93년에도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클린턴 행정부는 전향적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북한과 총리급 대화를 잘 하고 있었는데 북한이 갑자기 ‘불바다’ 발언을 하면서 남북대화를 보이콧했다.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노동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북 직접협상의 길을 여는 데 성공했 다. 이번에도 오바마 정부 출범 초장에 기선을 제압해 미·북 직접협상의 길을 확보해 파키스탄식 해결, 즉 핵 보유와 대미 관계를 동시에 성취하고자 할 것이다.”

◆남=“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전 세계에 과시해 핵게임에 대한 완벽한 인프라를 갖췄음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로켓 발사가 성공했다면 경제학적으로 무기 수출의 길을 트는 측면도 있어 시리아·이집트·이란 등 중동의 고객들에게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

-북한은 여전히 성공적 발사를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김=“지금까지 북한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핵·화생무기·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들을 만들어 왔으며 12차례의 6자회담을 거친 지금에도 여전히 핵 포기가 아니라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핵무기의 가장 유력한 투발 수단인 미사일 개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윤=“북한은 98년 대포동1호 미사일 실험 실패 때에도 인공위성이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전했다. 특히 이를 김일성 사후 유훈통치를 청산하고 국방위원회 중심의 선군체제를 제도화하는 데 활용했다. 이번에도 김정일 3기 체제의 발족에 맞춰 대대적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체제 결속에 활용할 것이다.”

◆남=“어차피 선전과 대외 과시 성격을 내포한 로켓 발사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다는 데 의미를 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남 위협의 강도다. 이미 구체적으로 핵무기의 소형화가 추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로켓의 절반의 성공은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향후 북한은 핵무기와 로켓을 만지작거리며 국제사회에 세 과시를 할 것이다.”

-앞으로 북·미 관계, 남북 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올까.

◆남=“조선신보 등이 ‘미사일과 위성은 표리일체’란 표현을 쓰고 있다. 미사일과 위성이 동전의 앞뒤와 같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탄두 소형화이며 이 기술을 확보할 때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 미국까지도 안보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북·미, 남북 관계에 큰 암초로 작용할 것이다.”

◆윤=“6자회담을 통해 북핵을 막을 수 있다고 봤지만 북한은 6자회담 도중 핵개발을 했다. 결국 이 프로세스로는 핵의 실전 배치를 막을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협상 프로세스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김=“북한이 장거리 투발 능력뿐 아니라 이 기술을 제3세계에 파는 것도 미국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북핵이나 미사일 위기를 군사력 현대화를 위한 여론 지지와 예산을 얻어내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입장도 있다. 한국의 입장이 가장 어렵다. 이번 로켓 발사로 남북 간의 미사일 격차가 더 커졌다. 또한 북한이 기존의 핵무기에 증강된 투발 능력까지 보태게 되면 6자회담이 더욱 어려워진다. 핵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의 최대 장애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그림은 향후 남북 관계를 더욱 어둡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가 최종 목표 아닌가. 미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남=“억류된 여기자 문제가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일괄 타결한 상황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이번엔 힐러리 클린턴의 방북을 바라고 있다고 본다. 미국도 고민 중일 것이나 힐러리가 나서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양측이 접촉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김=“회오리바람이 지나가면 미국은 대북 직접대화를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또다시 대결 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러한 수순을 내다보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해야 하고, 필요하면 직접대화를 해야 하겠지만 중요한 목표와 원칙에서 흔들림을 보이면 안 된다.”

◆윤=“오바마 신정부로서는 북한의 도발에 당장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란·러시아는 물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 대해선 적극적인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는데 오히려 오바마 정부가 대화하기 어려운 환경을 북한 스스로가 자초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과연 정권의 안전에 득이 될지 잘 모르겠다.”

-정부의 PSI 참여 검토를 놓고 찬반론이 부닥치고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까.

◆김=“단기적으로는 PSI에 참가해야 하되 참여 여부와 강도를 조절하는 재량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을 중요 의제로 올려 다뤄볼 필요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미사일 격차가 허용 한계를 넘어선 만큼 우리도 공격용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북한과의 갭을 줄여나가야 한다. ”

◆윤=“북핵 문제를 감상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군비 축소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외교관계도 잘 펴야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남남 갈등부터 없어져야 한다. 그러면 북한을 다루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남=“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최근 특사 얘기를 했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 채널은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와 여론이 매우 중요하다.”  

정리=이가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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