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안에 '꽃을 든 남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작곡가 김정호(左)씨가 천안 성정동 자신의 뮤직아카데미에서 신야(가운데 남자)씨 등 제자들과 함께 ‘꽃을 든 남자’를 부르고 있다.조영회 기자

“짠짜라라~ 짠짠짠짠~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사랑이 싹트기 전에~.”

1일 오후 7시 천안 성정2동사무소 옆에 있는 ‘김정호 뮤직아카데미’에서 흘러나온 노랫말이다. 가수 최석준의 히트곡 ‘꽃을 든 남자’의 한 구절이다. 계단을 오르면서 들려오는 리듬에 어깨가 절로 들썩거렸다. “트로트은 역시~”라는 찬사가 자연스레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김정호(51) 원장의 기타 반주에 맞춰 아카데미 1기 출신의 남녀 제자 7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꽃을 든 남자’는 김 원장이 만든 곡으로 남성들의 노래방 애창곡 ‘0순위’일 정도로 히트한 노래다. 가사가 쉽고 리듬도 간결해 남성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흥이 겨워서인지 노래를 네 번이나 반복해 불렀다. 7명의 제자들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연신 엉덩이를 들썩였다.

노래가 끝나자 신야(49·본명 이남수·인터뷰 2면)씨가 자신의 데뷔곡이 될 ‘그대 품에서’를 열창했다. 이달 말 음반 취입을 앞두고 있는 신야 씨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이 곡을 부른다. 음반 녹음이 불과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녹음은 서울(방이동)에서 이뤄진다.신야씨는 천안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가수에 대한 꿈은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드디어 이루게 된 것이다.

김 원장은 7년 전 서울에서 천안으로 집을 옮긴 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작곡 활동과 강의를 하고 있다. 천안으로 옮기게 된 이유는 처가가 아산 송악면이기 때문이었다. 김 원장은 평소 아내에게 “나이가 들면 시골에 내려가서 편안하게 작품활동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몇 년 전 아산에 집을 지을 땅을 샀다. 지금은 천안 도심에서 살고 있지만 조만간 시골 풍경에 어울리는 집도 짓고 아담한 작업실도 만들어 작품활동을 할 계획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아예 아산으로 옮길 생각이다. 녹음실도 만들어 제자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김 원장이 처음 천안에 정착했을 때 “왜 충남에서는 유명한 트로트 가수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유명한 개그맨은 많지만 유독 트로트 가수는 없었다.

천안과 아산의 문화행사나 가요제, 축제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틀에 박힌 이벤트와 기계로 찍어낸 듯한 행사들이 문화적 정서를 메마르게 한 것이다.

천안에서 뮤직아카데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2007년 초 1기 문하생을 받았다. 20여 명이 김 원장과 동고동락하며 2년 여가 흘렀다. 첫 성과가 목전에 있다. 3,4명이 음반취입을 앞두고 있다. 신야 씨를 비롯해 김나윤(50·여·본명 김종선)씨, 강보령(41·여·본명 김연화)씨가 곧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한다.

김 원장이 운영하는 천안 뮤직 아카데미에서 2학기(36주) 과정을 거치면 수료증을 받는다. 그 후 한국가요강사협회 심사를 거치면 가요강사 자격증이 발급된다. 그래야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노래교실을 열거나 노래강사로 나설 수 있다. 김 원장은 지역 방송국 노래자랑 심사위원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의 가요제 심사위원장, 한국가요강사협회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김 원장이 아카데미를 만들 기 전까지 천안·아산엔 트로트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문화센터나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강사들도 다른 지역 비교해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

김 원장은 대중음악을 통해 지역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다. 대중문화가 시민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김 원장의 지론이다. 그 동안 후진양성에만 주력했던 김 원장은 앞으로는 시민의 입장에서 지역 공연·축제를 관람하는 데서 벗어나 공연 기획과 제작 등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뮤직아카데미 1기 회원들은 “처음에 히트곡을 작곡한 김 선생님(원장)이 천안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역의 예비가수들에는 단비와 같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에 신승훈·심신, 충북엔 태진아·장윤정 있는데 천안·아산엔…”

‘꽃을 든 남자’ ‘화장을 지우는 여자’ ‘꽃 나비 사랑’ ‘하늘 땅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곡이다. 이 곡들을 만든 사람은 김정호 천안뮤직아카데미 원장이다. 가족과 함께 천안으로 내려 온 그는 2년 전부터 가수 지망생들을 지도해오고 있다.

천안에 정착하게 된 사연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어떻게 천안에 내려왔나.

“아내 고향이 아산이다. 땅도 조금 있고 서울과 가까워 내려오게 됐다. 사무실(징코리아)과 녹음실이 서울 송파에 있는데 버스로 한 번이면 간다. ‘서울특별시 천안구’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금은 서울로 출퇴근을 하지만 몇 년 뒤엔 아산에 집을 짓고 녹음실도 만들 계획이다.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어떤 활동을 하나.

“처음 내려왔을 때는 대전 한밭대 평생교육원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 TJB·대전MBC 등 지역방송 가요제와 축제·문화행사의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노래강사지도자 자격시험 출제위원으로도 일했다. 2007년부터는 천안에 아카데미를 열고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자들이 운영하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천안·아산 출신 가수가 없는데.

“충청도라는 특성이 있겠지만 충북에서는 태진아·장윤정 등 유명가수가 있고 대전도 신승훈·심신 등 가수가 있다. 하지만 천안·아산은 그런 가수들이 없다. 소질과 열정을 가진 예비가수들이 많다. 충분히 유명한 가수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지역에서의 역할은.

“천안에 내려와서 지역축제·행사를 많이 봤다. 볼 때마다 ‘부족한 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대중음악을 이끌고 있는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천안·아산 시민들에게 보탬이 되는 축제·행사가 무엇인지 조언을 하려고 한다.”

신진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