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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땐 감성 디자인이 먹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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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BMW그룹은 올해 2월 디자인 총괄 사장(CDO)을 교체했다. 7년간 BMW 디자인을 이끌며 차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 왔다는 평가를 받은 크리스 뱅글 사장이 스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후임에는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45·사진) 수석 디자이너가 선임됐다. 호이동크는 뱅글과 6년간 호흡을 맞춰 왔던 인물. 이 때문에 BMW 디자인에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났다. 그는 “경기가 불황일 때는 눈길을 끄는 파격적인 디자인뿐 아니라 점점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제위기로 소형차가 잘 팔린다. BMW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BMW는 6년 전부터 신차를 개발할 때 성능은 물론 연비도 더 좋게 하는 ‘이피션트 다이내믹(efficient dynamic)’ 개념을 도입했다. 위기가 오기 전 이미 3시리즈보다 작은 프리미엄 소형차인 1시리즈를 개발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1도 개발을 마쳤다. 지난해 말에 출시된 뉴 7시리즈도 크기는 더 커졌지만 무게는 적게 나가도록 만들어 연비가 좋아졌다. ”

-BMW는 50년 넘게 앞쪽 라디에이터 그릴을 사람의 신장을 닮은 ‘키드니 그릴’로 만들어 왔는데.

“계속 고집할 것이다. 키드니 그릴과 같은 고유한 디자인 요소 때문에 지나가는 아이들도 BMW라는 것을 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키드니 그릴은 비율이나 크기에서는 차종별로 변화를 줘 통일성 속의 다양성을 꾀했다.”

-BMW가 처음 시도하기는 했지만, 원형 다이얼을 돌려 각종 기능을 조절하는 i드라이브는 불편하다는 비판도 받았는데.

“새로운 시스템 도입은 항상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최초의 도입자가 된 뒤 계속 개선하느냐, 아니면 후발주자가 돼 완벽한 제품을 선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BMW는 업계 최초가 되기를 원한다. 지금 i드라이브는 모든 프리미엄 브랜드가 도입했다. 현대차의 고급 모델에도 i드라이브와 비슷한 장치가 달려 있지 않은가.”

-신차 디자인을 할 때 생산이나 비용은 얼마나 고려하나.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이다. 생산하기 쉽고, 조립하기 편리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고려한다. 디자이너가 엔지니어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디자이너는 협상자(네고시에이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스케치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차를 만들어야 할 엔지니어의 생각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성능보다 디자인을 보고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유행할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감성에 호소하는 디자인이 트렌드가 될 것 같다. 일부에서는 파격적인 디자인도 나올 것이다. BMW는 전통적인 디자인에다 감성이 잘 조화되도록 엔지니어링 단계에서부터 고민한다.”

-자동차 업체에서 디자인 총괄의 역할과 책임은.

“디자인 결정은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회 멤버가 디자인 결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 디자인 총괄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필요할 때 예스(Yes) 혹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디자인 프로젝트 팀이 최대한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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