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풀어보는 북한 로켓발사

중앙일보

입력

▶로켓은 왜 발사했나?

북한은 새로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를 하루빨리 북미 양자 협상에 끌어내려는 의도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에 '인공위성' 대신 '핵탄두'만 실으면 미국을 위협하는 장거리 '핵미사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에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북미관계의 급진전 가능성을 기대했던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위기 해결에 골몰하고,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감안해 이란에는 능동적으로 접근하면서 자신들에 대해선 부시 행정부 말기의 대북정책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최근 강한 실망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로켓을 쏜 방향은?

북한이 5일 오전 11시30분 15초(북한 주장은 11시 20분)에 로켓을 발사했고, 1단계 추진체는 동해(일본 아키타현 인근) 해상, 2단계 추진체는 일본 동쪽 태평양 2100㎞ 낙하했다.

▶발사는 성공했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오후 “우리의 과학자,기술자들은 국가우주개발전망계획에 따라 운반로케트 ‘은하-2호’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은하2호가 5일 오전 11시20분 함경북도 화대군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발사돼 9분2초만인 11시29분2초에 광명성 2호가 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은 “광명성 2호는 40.6도의 궤도 경사각으로 지구로부터 제일 가까운 거리 490㎞, 제일 먼거리 1426㎞인 타원 궤도를 돌고있으며 주기는 104분 12초”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한 당국자는 “궤도에 진입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로켓 성격 관련 브리핑에서 “아직까지는 ‘로켓 발사’라고만 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성공한 것으로 판명이 날 경우 북한은 이란에 이어 세계 10번째 자체기술로 위성을 발사한 나라가 된다.(단 이란의 경우 아직 국제적으로 공식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경우 북한이 9번째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 발사한 것이 미사일인가 인공위성인가?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일단 '위성발사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사체에 위성이 탑재돼 있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본정부도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발표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은 이날 오후 '발사 9분 2초만에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인공위성임을 주장했다.

▶미사일과 위성발사체는 어떻게 다른가?

미사일과 위성발사체는 모두 우주공간까지 쏘아올려진다는 점에선 같다. 다만 추진체에 무엇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로켓 맨 앞부분에 폭탄을 실으면 미사일, 인공위성을 실으면 위성발사체라 부른다.

그러나 위성발사체는 우주공간에 도달하면 위성에서 분리된 후 위성은 궤도에 남겨두고 자유낙하로 지구로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지구 대기권과의 마찰열 때문에 타서 없어지게 된다. 반면 탄도미사일인 경우엔 우주공간에 도달한 후 다시 자유낙하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목표지점에 떨어져 폭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기권과의 마찰열에 의한 연소를 막는 것이 힘든 기술이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UN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인도 정도에 불과하다.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에 들인 돈은?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한 로켓과 탑재된 위성의 개발비로 최소 2000억원에서 최대 5500억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상되는 개발비의 간극이 큰 이유는 우주과학기술이 일정궤도에 오른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위성개발 비용을 고려할 때 최소 2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북한 과학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이보다 2배 이상이 소요됐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북한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북한은 자신들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될 경우 우선 당초 경고한 대로 2007년부터 진행해온 핵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복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봉인 해제→사찰관 추방→시설 복구' 등의 순서로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특히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우선 복구하는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UN안보리의 제재를 받게 되나?

일본 정부의 제의로 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UN안보리 회의에서 제재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UN안보리의 대북 제재 근거는 유엔 대북결의 1718호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 10월 채택됐다. 이 결의에는 북한의 핵 실험 비난과 함께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요구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한·미·일은 결의문 제5항(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을 재확인할 것을 결의한다)을 근거로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도 탄도미사일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로켓 발사가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이 발사한 것이 인공위성이라면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각국의 권리를 감안할 때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실질적인 제재 합의안이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