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출구 바꿔 고객 유도 매출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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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고객의 발걸음을 잡아라. ' 고객의 발걸음을 매출증대로 연결시키는 '동선 (動線) 머천다이징 (매장전략)' 이 백화점업계에 새로운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종전에는 매장 키우기나 디스플레이 (전시) 등에만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고객의 발걸음까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매장을 보수하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손님들이 왼쪽으로 치우치던 것을 개선하기 위해 출구쪽에 변화를 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회전운동을 할 때 왼쪽으로 돌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이에따라 7층 가정용품 매장의 경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바로 오른쪽으로 향하기 쉽도록 왼쪽매장을 그대로 둔 대신 오른쪽은 매장을 비워 넓혔다.

따라서 고객들이 무심코 왼쪽으로 돌려다 오른쪽이 넓어진 것을 보곤 오른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잠실점 김선광 과장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는 손님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70%정도가 시계 반대방향인 왼쪽으로 돌기 때문에 오른쪽 매장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출구에 변화를 둔 결과 고객의 55%가 오른쪽으로 돌아가, 왼쪽은 종전보다 덜 붐빈 반면 매출이 떨어졌던 오른쪽 매장은 매출이 오르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수퍼마켓들도 이런 원리를 이용해 고객들이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도록 동선을 배치하고 있다.

항상 출구는 오른쪽에 있고 계산대는 왼쪽에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오른쪽 진입로에 유명제품을 진열하는 경우도 있다.

롯데측의 이런 전략 수정에는 미국 설계회사인 쉐퍼사의 컨설팅도 한몫했다.

최근 새로 만드는 유통업체는 모두 기본적으로 이런 동선머천다이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도 한결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지난해말 새 단장을 하면서 백화점의 얼굴격인 1층의 진열대를 고객 눈높이인 1m30㎝로 20㎝ 낮췄다.

그 결과 고객의 조망권이 넓어지면서 정문 대각선이나 반대편쪽에 있는 매장의 매출이 늘어났다는 것. 또 1층 잡화점에 있던 넥타이.구두.지갑.벨트매장을 3.4층 남성매장의 한 곳에 모았더니 소품을 사려는 고객수가 20%이상 늘어났고 덩달아 남성복 매장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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