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파병반대 교재' 우려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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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이번 주를 김선일씨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반전.평화를 주제로 계기수업을 시작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초.중.고생에게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무참하게 숨진 김씨를 애도하고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원인을 수업하는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전교조의 반전.평화 계기수업 자료를 보면 국군의 이라크 파병 반대와 철회를 주장하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이를 토대로 수업이 진행될 경우 학생들에게 '파병은 부당하다'는 편향된 인식을 심어주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특히 '이라크에서는 한국군 파병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자료는 파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내용 일색이다. 이 자료에서 팔레스타인 소재 대학교수는 파병 결정으로 인해 한국인이 불행한 일을 겪었고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또 추가 파병 중단 및 재검토를 요구하는 여야 국회의원 결의문은 실려 있지만 파병을 결정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자료가 이처럼 일방적이고 균형감각을 상실했는데, 실제 수업 상황이 어떠할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전교조가 351개 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 국민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노조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조의 방침을 교실로 끌어들여 학생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사의 처신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전교조가 할 일은 학생들에게 테러의 잔혹성과 반인륜성, 파병의 불가피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파병은 국제적인 약속이고 파병 중단은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바로 반전.평화 수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김씨의 죽음을 접한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예민해져 있는 만큼 전교조의 계기수업은 신중하게 실시돼야 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즉각 수업자료의 내용을 검토해 일선학교의 활용 여부를 판단하고 계기수업이 적절하게 진행되는지를 관리.감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