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은씨, 최민수의 아내로 살만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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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비유했다. 깃털 하나가 떨어지면서 달리기가 시작된다는 내용. 강주은씨에게 착륙한 깃털은 최민수였고, 이후부터 전혀 계획한 적이 없는 달리기(인생)가 시작됐다. 그 달리기는 지금껏 해온 것처럼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

MBC 스페셜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나쁜 소문의 전파 속도가 좋은 소문보다 4배나 빠르다는 실험 결과가 보여주듯, 최민수는 죄민수가 되어야 했다. 방송은 노인 폭행 사건과 관련된 설문 조사를 했다. 최민수의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80% 정도. 그러나 응답자의 70% 정도는 폭행 사건이 무혐의로 밝혀진 것에 무관심했다. 그렇게 ‘죄민수’는 최민수로의 권리 회복을 못한 채 9개월째 산속 생활을 하고 있다. 최민수는 “내려가고 싶으면 고집 부릴 이유가 없는데 나도 왠지 잘 모르겠다. 세상에 조금 지쳤다”고 말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잘 산다

남편이 산에 있는 동안, 아내는 ‘죄민수의 아내’가 됐다. 남편이 세상과 등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들은 아내를 찾아와 최민수의 소식을 물었다. 새삼 최민수의 아내로 산다는 것이 집중 조명 받았고, 그녀 역시 비범한(?) 아내쯤으로 포장됐다.

강주은씨(서울외국인학교 대외협력개발 이사)는 아리랑 TV에서 3월 8일 시작되는 외교관 대담 프로그램 ‘디플로머시 라운지’(Diplomacy Lounge)의 진행자를 맡아 방송 데뷔를 한다. 겉모습으로 보면, 최민수는 세상에 지쳤지만, 아내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그래도 최민수가 지친 만큼 아내 역시 어느 정도 지쳤을 것이란 짐작을 해봤다. MBC 스페셜이 방송되기 하루 전날, 최민수의 아내 강주은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자리에서 알 수 있는, 최민수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이런 부분이다. 방송 활동을 시작하는 그녀는 방송 얘기를 포함한 자신의 직업 얘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 얘기는 적당히 정리하고, 최민수와 사는 얘기를 원 없이 나눠보자는 식이다.

“남편 얘기는 자제할까 했는데, 답답한 면이 있으니 하나만 할게요. 그 사람의 첫 친구는 고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두 번째 친구가 될 거고요. 산에서 언제 내려오느냐 궁금해 하시는데, 전 그게 신기해요. 저와 남편은 (산속 생활이) 상관없는데, 왜 주변에서 그렇게 많이 묻는 거죠? 남편은 결혼 전에도 산속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한국 속담에 물고기는 물속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죠. 남편은 상황과 기회가 주어지면서 필요에 의해 산을 찾은 거고, 자신의 공간을 얻은 거예요. 가끔 안쓰러울 때가 있지만, 전 남편의 선택을 존중해요. 민수씨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남편을 믿고, 아끼고 싶은 남자고, 타고난 예술인이고, 저와 결혼한 남자니까요. 그렇게 살아왔고, 계속 살아나가야죠.”

비워야 걸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집을 지켜야 할 가장이 산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9개월을 지냈다. 언제 내려올지 약속된 것은 없다. 보통 가족이라면 이상할 일이지만, 최민수 부부 입장에서는 수상할 게 없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세상에 조금 지쳤다”는 최민수의 말도, 아내 입장에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공인이라는 자리가 주변에서 해석을 많이 받잖아요. 단지 그 사건만 말하는 게 아닐 거예요. 지금까지 오면서 지쳤고,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란 뜻이 포함된 거겠죠. (노인 폭행 사건 당시) 기자회견장이 얼마나 뜨거워요. 잘못하면 데일 수 있는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믿을 사람은 바로 저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주은씨는 “본인이 만든 태풍이라기보다 주변에서 만드는 태풍이 더 크지 않으냐”면서 “실제 우리 안은 굉장히 평화스럽다”고 했다.

강씨는 최근 9개월이 공식적인 아픔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면서 “이번 싸움은 비워야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며 아내로서 마음고생이 컸음을 알렸다.

서로를 편집하지 않고 응원해 준다

부부의 인연을 되돌리면, 첫 만남부터 태풍 같았다. 캐나다 교포인 강씨는 1993년 미스 캐나다 진으로 선발되면서 한국에 왔다. 94년 미스코리아 본선에 진출, 게스트로 출연한 최민수를 만났다. 첫눈에 강주은씨에게 반한 최민수는 캐나다까지 찾아가는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했다. 그녀는 이같은 만남을 영화 ‘포레스트 검프’로 비유한다. 깃털 하나가 신발 위에 떨어지면서 우연한 상황들이 전개되듯, 깃털(최민수)이 자기에게 떨어지면서 여러 상황과 기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평범한 외동딸로 자랐는데, 한국에 와서 깃털(최민수)이 착륙하면서 전혀 계획하지 못했던 삶이 시작됐으니까요. 유명인과 산다는 부담도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늘 제게 말하는 게 있어요. ‘그래도 나 만나서 재미있지 않아’라고. 그 말이 맞아요.”

아내는 부부 관계가 연착륙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 역시 나만의 성격이 있고, (부부 생활) 16년을 맞춰온 건 기적 같은 일이다”고 말한다. 신혼 3년여 대단한 부부 싸움이 있었고, 지금의 서로에 대한 믿음은 아픔을 보내고 얻은 열매라는 것이다.

“민수씨는 평범하게 규정될 수 없어요. 사무라이로, 살인자로, 어느 날은 빵 굽는 아저씨로, 몸 안에 몇 명이 살고 있어요. 그걸 맞추는 게 힘들었죠. 제가 화가 나고 힘들면 만화로 그걸 표현했어요. 남편은 그걸 보고 웃다가 나중에는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죠. 그렇게 서로의 공감대를 마련한 거죠. 남편은 대본이 있으면 그 안으로 들어와요. 삶의 대본은 제가 될 수 있는 거죠.”

강씨는 ‘미녀와 야수’를 예로 들며, “이제는 서로 소통하는 법을 깨쳤다”면서 “우리는 사회가 정한 규칙이 아닌 우리만의 규칙으로 산다. 서로를 편집하지 않고 응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빠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순수한 사람

최민수는 두 아들을 뒀다.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친구들에게 최민수는 인기 만점. 아이들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최민수를 ‘형님’이라고 부른다는 게 단적인 예다. 순수한(한편으로 철없어 보일 수 있는) 아빠 최민수는 아이들에게도 순수하다. 어느 날은 “학교가 매일 필요하냐. 오늘은 학교 가지 말고 아빠랑 놀자”는 말을 한다.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빠의 삶이 아이들에겐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 강주은씨는 엄마로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빠는 독특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분리되지 않도록 얘기를 합니다. 아빠는 독특한 게 아니라 순수한 거다, 예술인이기 때문에 삶의 리듬과 박자가 다를 수 있다고요. 그러나 아빠의 삶이 ‘허상’을 심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가 정한 규칙으로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같은 개별체다. 그들의 선택에 맡기되,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지운다. 엄마의 교육 원칙이다.

“언젠가 큰아이가 수학 25문제 중 단 3문제를 맞혔어요. 혼내는 대신 정말 노력했니? 이건 너의 기록이다. 네 기분은 어떻니? 그렇게 선택하게 만들면서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도록 부모는 지원을 해주는 거죠. 큰애는 글쓰기를 잘해요.”

최민수의 아내로 살아온 세월 16년. “세상에 조금 지쳤다”며 남편이 산으로 떠난 지 9개월 째. 강주은씨의 새해 소망을 물었다.

“여자, 아내, 엄마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과 가정 모두 안고 가야 할 게 많은데 거기서 균형을 잡을 거고요. 아이들은 큰 기대치로 부담 주지 않고 아이답게 자라나기를 바라요. 남편은 타고난 예술적인 능력을 충분히 살리면서, 그 안의 모든 색깔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가족을 통해 삶을 점검하고 균형을 잡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조병각(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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