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화제]73세 최고령 응시자 이근복씨…5번째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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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쑥스러울 게 뭐 있습니까. 배우는 데 나이가 많고 적은 게 문제될 수 없죠. " 수능시험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수험생 예비소집이 열린 서울 서연중학교. 98학년도 수능 전국 최고령 응시자 이근복 (李根福.73.서울마포구아현3동) 씨는 손자뻘 되는 수험생들 틈에서 수험생 주의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올해로 5년 연속 대학입시에 도전하는 李씨는 예비소집에 앞서 서울 서부교육청에서 수험표 (1200235) 를 받았다.

1924년 경기도강화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에게 일제와 해방뒤의 혼란속에 배움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일제가 전쟁 막바지에 광분하던 44년 겨울 일본 규슈 (九州) 의 탄광으로 강제 징용돼 9개월동안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기기도 했다.

징용에서 돌아와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던 그는 80년 무작정 상경,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던 중 64세 때인 88년 본격적인 만학 (晩學) 의 길로 들어섰다.

"더 늦으면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못배운 한을 끝내 풀지 못하고 죽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3년후인 91, 92년 두해에 걸쳐 李씨는 국졸.중졸.고졸 검정고시를 거뜬히 통과했다.

이후 잇따라 대입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영어가 가장 어렵다" 는 李씨는 "올해는 꼭 농대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해 여생동안 농촌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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