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총리,"젊은 영국" 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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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국의 이미지를 젊게 바꾸자. " 40대의 기수 토니 블레어 총리 (44)가 최근 들어 펼치고 있는 나라 바꾸기 캠페인의 구호다.

블레어 총리와 노동당이 내거는 기치는 '검은 모자와 줄 세운 바지로 상징되는 전통과 보수의 영국 이미지를 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 으로 요약된다.

블레어 총리는 "영국은 더 이상 박물관으로 머무를 수 없다" 며 "조국의 과거에 자부심을 갖지만 과거에만 매달리고 싶지는 않다" 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블레어는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왕정 (王政) 과 충성을 상징하는 로열 (Royal) 이란 말 대신 국민의 (People's) 란 표현을 무려 27회나 사용, 관심을 모았다.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가 발벗고 나서면서 변화의 바람은 사회 곳곳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영국 관광청은 최근 영국의 국가 이미지 광고 문안을 종래의 '법의 나라 영국' 에서 '멋진 나라 영국' 으로 바꿨다.

영국의 간판 항공사인 브리티시 에어웨이도 여객기 꼬리날개에 영국 깃발을 그려오던 오랜 전통을 깨고 다양한 문화를 상징하는 화려한 줄무늬로 문양을 바꿨다.

"고객의 취향을 감안한 조치" 라는 설명이다.

또 1백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왕실 근위병의 트레이드 마크인 곰가죽 모자는 실용성 높은 인조가죽 모자로 대체될 예정이다.

칙칙한 붉은색의 공중전화 부스는 현대감각의 투명부스로, 권위적인 경찰의 곰가죽 모자는 플라스틱 모자로 바뀔 계획이며 경찰복 역시 실용적인 미국식 재킷 스타일로 바뀌게 된다.

나아가 한때는 라디오 방송에도 검은 넥타이의 아나운서를 내보낼 정도로 근엄했던 BBC방송이 와이셔츠 차림의 앵커를 유선방송에 등장시키고 있을 정도다.

고루한 '영국풍' 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 결정판은 최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의 지난주 영국 방문때 과시됐다.

영국 정부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의 확대정상회담이나 랭커스터 대실에서의 연회와 같은 '전통식' 대신 런던에서 가장 높은 카나리 워프 타워 38층에서 국빈들을 '현대식' 으로 대접, 프랑스측에 깊은 인상을 남게 했다.

물론 이같은 변화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도 적지 않다.

보수당의 더글러스 허드 전 외무장관은 "정부가 광고회사냐" 며 빈정거리고 있고 마거릿 대처 전총리도 은근히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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