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성 후보 사퇴 종용 논란 … 박근혜 “정치의 수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번 사건은 우리 정치의 수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이같이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이상득 의원이 이명규 의원을 정수성 후보에게 보낸 건 사실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었다. 그는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란 말도 했다. 박 전 대표가 문제삼은 건 경주 재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나서는 정수성 전 육군 대장과 한나라당 이상득·이명규 의원의 접촉과 관련이 있다.

과정은 이랬다. 지난달 22일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를 했다. 정 후보는 2007년 경선 때 박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내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그런 그가 먼저 이상득 의원에게 만나자고 요청했고 다음 날로 약속이 잡혔다. 정 후보는 그러나 곧바로 연락해 약속을 취소했다. “아무래도 성급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상득 의원은 지난달 26일 이명규 의원이 지역구(대구 북갑)에 갈 예정이란 얘기를 듣고 간 김에 정 후보를 만나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득 의원이 이명규 의원을 통해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상득 의원에게 면담 요청한 걸 두곤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을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한 뒤 사실상 주위와 연락을 끊었다.

이상득·이명규 의원은 분노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란 취지였다. 이상득 의원은 1일 “그쪽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 그냥 (이명규 의원에게) 가서 들어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의 의중을 알아보려 했다는 얘기였다. 이명규 의원은 “이전에 (정 후보와) 전혀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정 후보에게 (재·보선에) 떨어지든 붙든 한번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그게 사퇴 압박이냐”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을 ‘정치의 수치’로까지 언급하면서 결과적으론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친이(정종복)-친박(정수성) 대결로 뜨거운 경주 재선거에 ‘박근혜-이상득’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경주 선거 결과는 향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