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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세계 탁구 여왕 덩야핑 ‘환경 지킴이’로 국제무대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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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1993년부터 98년까지 탁구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던 중국의 탁구 스타 덩야핑(鄧亞萍·36·사진)이 환경 보호 전도사가 됐다. 덩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8회 ‘스포츠와 환경에 관한 국제회의’에 환경 지킴이로 나타났다. 그는 이날 ‘스포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열정’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선수 패널’로 참석해 스포츠와 환경보호에 관한 토론을 이끌었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선수위원이자 스포츠와 환경위원회 위원이다.

덩은 유창한 영어로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소화해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상생활에서 가전제품을 쓰지 않을 때 플러그를 뽑아놓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의 공기가 맑아지는 등 중국은 올림픽을 치르면서 환경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며 “올림픽 이후에도 맑은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덩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 선수촌에서 환경캠페인을 벌인 것을 자랑하면서 “이런 움직임들이 그린 올림픽을 향한 훌륭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선수촌 부촌장으로 홍보 업무 등을 맡았다.

덩은 10년 전인 1999년 중국의 전설적인 체조선수 리닝과 함께 중국 체육기자들로부터 ‘20세기 최고의 스포츠인’에 뽑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30년 기적(개혁·개방와 고속성장)’을 일궈낸 걸출 인물 30인에 선정됐다. 중국 전국부녀연합회가 내는 여성지인 중국부녀(中國婦女)는 ‘철의 여인(鐵娘子)’ 우이(吳儀) 국무위원과 함께 ‘2001년을 빛낸 중국 10대 여성’에 그를 포함시켰다.

국내에는 매서운 눈매를 가진 한국 선수 ‘킬러’ 로 잘 알려져 있다. 1m50㎝의 단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기’에 감탄해 그를 ‘마녀’ 라고까지 불렀다. 4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11관왕, 3번의 월드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덩은 메이저 3개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세계 유일의 선수이기도 하다.

덩은 97년 선수 생활을 그만 둔 뒤 못다한 공부를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와 영국 노팅엄대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각각 마쳤다. 200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에 들어가 지난해 11월 ‘세계의 올림픽 브랜드 경쟁-2008 베이징 올림픽 사례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는 “학위 취득은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갈 길이 멀고 중국과 중국인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의미 있는 일’ 중의 하나가 환경 지킴이였던 것이다.

중국 대표팀 시절 한솥밥을 먹던 탁구선수 린즈강과 2004년 결혼해 현재 세 살 된 아들 한 명을 키우고 있다.

밴쿠버=글·사진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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