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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채 신부 "대통령직은 취임 순간부터 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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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취임 선서를 하는 순간부터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를 2분법적으로 나눈 뒤, 보수는 그르고 진보는 옳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대통령에게 걸맞지 않다."

서울 명동성당 주임신부와 가톨릭대 총장 등을 지낸 한국 천주교의 원로인 정의채(79.서강대 석좌교수)신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정 신부는 26일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심상태 신부)가 서강대에서 개최한 천주교 사목회의 20주년 기념 학술회의 기조 강연에서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특정 인사들의 의견을 따르고, 이에 따라 심각한 국론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지금 같은 국정을 계속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실수를 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는 (선수들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축구팀과 같다"고 지적했다. 정 신부는 언론개혁과 관련, "개혁을 하려면 공정성.공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는 신문개혁에 앞서 방송개혁을, 아니면 최소한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86세대가 군사정부 종식 등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으나 나라를 책임지려면 많은 실력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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