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수발 서비스] 말벗 돼 주고 장도 봐 주고 고령화 사회의 ‘블루 오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정영희(61ㆍ여ㆍ사진)씨는 이달 초부터 매주 월ㆍ목요일 오후에 찾아가는 곳이 있다. 자녀가 출근하면 혼자 지내는 강모(71·여)씨 집이다. 22년간 노인대학 강사를 해온 정씨는 강씨의 말동무가 돼 준다. 강씨는 정씨를 ‘선생님’이라고, 정씨는 강씨를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정씨는 집에 들어설 때면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라는 말을 건네며 강씨를 안아준다. 좀처럼 외출하지 않던 강씨의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서거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과일을 먹고 싶다는 강씨와 시장에 나가 사과를 사오고 노래 부르기 게임을 함께하며 자매처럼 시간을 보낸다.

서울시청 소속 문화유산해설사로도 일하는 정씨는 오전엔 궁궐에서 근무하고 일주일에 한 번 노인대학을 찾는다. 강씨네 집을 찾는 것은 홈케어(자택 수발) 서비스 업체인 ‘홈인스테드 코리아’ 소속으로 부업을 하는 것이다. 시간당 6000원을 받는데, 가사일까지 도와주면 7000원을 더 받는다. 정씨는 지난달 100시간 가량의 교육을 받은 뒤 이 일에 뛰어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5명 중 한 명은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다. 자녀와 함께 살더라도 혼자 집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노년층 고객의 집을 찾아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케어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홈인스테드 시니어케어’의 한국지사(www.homeinstead.co.kr)가 이달부터 노년층을 위한 선진국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형편이 어려운 노년층을 위한 자원봉사가 아니라 돈을 받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시니어케어는 현재 15개 나라에 지사를, 북미ㆍ유럽ㆍ아시아에 830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시니어케어는 요양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노인들과 취미생활을 함께 하거나 말벗이 돼 주는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단한 집 청소와 식사 준비, 마트나 병원 동행, 투약 관리도 한다. 경제력이 있는 노년층이 직접 신청하기도 하지만, 멀리 계신 부모의 안부를 걱정하는 자녀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한국지사가 서비스를 담당할 ‘케어기버’를 모집했는데, 공무원ㆍ은행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50대가 주로 지원했다. 케어기버는 전화 인터뷰를 거친 뒤 면접을 하는데, 범죄 경력 조회서와 주변의 여섯 명 이상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와야 한다. 이 회사는 고객이 신청하면 직원을 보내 취미가 뭔지, 어떤 병력이 있는지, 가족은 뭘 원하는지 등을 점검한 뒤 그에 적합한 케어기버를 연결해 준다. 홈인스테드코리아 박은경 대표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 다양한 선진국형 시니어케어 서비스가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