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세계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종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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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럽 등 건축 선진국에선 건물을 천천히 짓습니다. 120년간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도 있지요. 디자이너가 죽을 때까지 인테리어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고객들은 한결같이 '빨리 빨리'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건물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에도 별 차이가 없는 빌딩과 아파트가 많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종호(40) 사장. 그는 최근 전미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ASID)가 발간하는 '세계의 뛰어난 디자이너'라는 책에 북미.남미 출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12명과 함께 소개됐다. 올해로 네번째 판을 낸 이 책에 한국인이 실리기는 처음이다. 1975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3만4500여명의 디자이너와 학계 인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얼떨떨합니다. 2년 전 ASID에 저의 작품과 경력을 보내줬는데 이제야 실렸습니다. 보수적인 디자이너들이 선정되는 데다 미주가 아닌 지역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잘 선정되지 않는다고 해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고려대 농대에서 조경디자인을 전공하다 85년 미국으로 건너간 김 사장은 유타주립대와 코넬대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에서 도시.환경설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시간주 앤 아버에 있는 폴락 디자인이라는 회사에서 근무하다 93년 귀국한 그는 유원건설 건축설계기술부 부장으로 일하다 98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인테리어는 입주자의 동선(動線)을 짧고 원활하게 해주는 데 가장 신경을 씁니다. 그 다음은 입주자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엌과 화장실 공간이죠."

89, 90년 2년 연속으로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뉴욕주 설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그는 서울 삼성동 I-파크, 논현동 로얄팰리스 등 많은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의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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