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실업시대]2.대기업 연말 인사 대대적 구조조정…임원·고참간부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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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즘 대부분의 직장 분위기는 우울하다.

특히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실적이 부진한 임원이나 고참 간부들의 불안감은 심각하다.

10일 단행한 현대자동차의 조직개편 소식이 재계에 알려지면서 대그룹 임직원들 사이에 찬 바람이 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4개본부를 7개본부로 줄이며 임원수를 30%나 감축했는데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이 정도면 다른 그룹들도 불문가지 (不問可知) 란 전망이다.

삼성그룹도 올해 실적위주의 엄격한 인사가 예상된다.

최근 수년간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임원 승진을 계속하면서 이젠 임원수가 1천2백여명에 달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말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 99년말까지 전체 임직원의 5~10%수준인 3천~6천명 정도의 여유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LG그룹 구본무 (具本茂) 회장은 최근 경영진들에게 '외형보다 수익' 을 강조하면서 올해 실적을 연말 인사에 철저히 적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회장실에선 사장단 실적평가서에 '경제가치 (EVA)' 란을 새로 만들었다.

경제가치는 올해 수익 실적을 뜻한다.

LG는 회장 지시로 연말부터 한계사업을 본격 정리할 방침이며, 전체 직원 12만여명중 5%수준인 6천명 정도의 여유인력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대우그룹은 올해부터는 임원이 새로 되려면 전산.회계등 사내시험에 합격해야한다.

전체 임원중 절반가량은 3년이내에 해외로 파견된다.

권오택 (權五澤) 대우그룹 인사담당 상무는 "12월중순까지 1천명 정도가 승진대상 교육을 받을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화.쌍용.한라등도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재배치가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며 전체 직원의 5~10%정도를 재배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이 이미 상반기에 자동차와 양회에서 임직원 1천명을 줄였고, 한라가 최근 전체 임원중 15%가 넘는 35명을 퇴직시켰다.

이같은 고용불안 분위기는 한보.기아등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위기로 촉발됐다.

기아에선 이미 8천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한보철강은 전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명예퇴직 또는 정리해고됐다.

부실기업들과 연관된 은행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일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6백여명이, 서울은행에선 8백여명이 특별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국민은행 5백여명, 조흥은행 2백여명, 한일은행 1백여명도 다른 길을 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9월말까지 구직희망자 15만6천여명중 40대 이상이 4만4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천여명) 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노동부의 실업급여 실태조사에서는 3분기중 30대 실업급여 신청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백81명보다 7배 가까이 늘어난 3천5백72명에 달했다.

이로인해 노동계도 최근에는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안정을 우선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원호·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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