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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돌파구 - 중국 내수시장 <중> 다른 업종과 연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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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상하이 화이하이루의 락앤락 직영 매장. 락앤락의 중국어 이름은 ‘러커우러커우’로 발음되며 ‘즐겁게 잠그다’라는 뜻이다. [김경빈 기자]


2009년은 락앤락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중국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을 넘어설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류 부장은 “지난해 중국 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 늘어난 5억4000만 위안(약 1070억원)으로 국내 매출액과 비슷했다”며 “올해는 국내 매출을 웃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매출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락앤락이 불과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중국 가정의 주방을 파고들 수 있었던 힘은 ‘이종 업체와 연합’이었다.

락앤락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2004년 초. 그러나 처음에는 막막했다고 한다. 브랜드가 알려진 것도, 유통망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때 낭보가 날아들었다. CJ홈쇼핑이 상하이에서 TV홈쇼핑(채널명 동방CJ)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락앤락은 ‘홈쇼핑 전파’를 타기로 했다. 수익성은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중국 시장에서 유통망과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유 부장은 “방송 첫해 10만 위안을 웃돌았던 매출액은 이듬해 57만 위안으로 급증할 만큼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었다”며 “진출 2년 반 만에 밀폐용기 분야 최고 브랜드(인민일보와 중국기업문화촉진회 공동 선정)로 꼽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락앤락이 홈쇼핑에 안주한 것은 아니다. 방송을 통해 브랜드를 알린 이 회사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에 더 적극 나섰다. 2004~2005년 락앤락의 중국 매출액에서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그러나 지금은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락앤락은 이제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아 동방CJ라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CJ홈쇼핑으로서도 대만족이다. 락앤락 제품 판매로 고급 주방용품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다른 업종의 한국 기업끼리 뭉쳐(聯) 중국 시장에 진출한 모범 사례다.

동방CJ 홈쇼핑에서는 지금 제2의 락앤락을 꿈꾸는 한국 제품이 많다. 분진청소기인 한경희청소기, 여성 내복 전문브랜드인 피델리아, 유아 기저귀인 하기스 등이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락앤락이 그랬듯 이들 업체 모두 직영점 개설도 서두르고 있다.

락앤락의 파트너 동방CJ 역시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6억 위안(약 3200억원). 중국의 내로라하는 백화점이 모두 포진하고 있는 상하이 유통업계에서 당당히 3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김흥수 사장은 “다른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매출액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동방CJ는 올 1~2월 56%의 신장세를 보였다”며 “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에 ‘중국 진출의 고속도로’를 깔아주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궁합 맞는 업체끼리 제휴, 중국 시장에 공동 진출한 성공적인 사례는 많다. 중국 주요 도시에 포진한 20여 개의 이마트 매장, 최근 베이징과 톈진(天津) 등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롯데마트 등도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하면서 부품업체와 함께 간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도 국내 업체 간 ‘상생의 틀’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 상하이·난닝·광저우=한우덕 기자, 베이징·옌타이=염태정 기자, 칭다오=장세정 특파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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