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외교부 감사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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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통상부 신봉길 대변인이 25일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히고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외교부 직원이 AP통신 기자로부터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실종 여부에 관한 전화 문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향후 감사원 감사에서 추가로 밝혀야 할 사안은 한둘이 아니다.

첫째는 AP통신 기자의 정확한 문의 내용이다. AP통신 측은 "서울지국 기자가 김선일로 발음되는 이름을 가진 한국 시민이 이라크에서 실종됐는지를 문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화를 받은 외교부 공보관실 소속 모 외무관은 외교부 자체 조사에서 "김씨 이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AP통신 기자가 "한국인 실종 여부에 관한 사실을 아는가"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어느 경우라도 외교부의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김선일씨의 이름까지 거론했다면 책임은 더 크다.

다만 AP의 문의 방식엔 의문점이 남는다. 인명이 걸린 사안인데도 비디오 테이프를 언급하지 않았고, 담당부서인 재외국민영사국이나 아중동국이 아니라 외신기자들의 단순한 접촉선인 공보관실의 사무관급 외무관을 확인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당시 외교부는 김씨의 실종을 모르고 있을 때였다. AP가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외교부 내의 보고 체계다. 이 외무관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외교부 측 설명이다. 관련 부서에 AP의 문의 내용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없다. 이럴 경우 사무관급 외무관 수준에서 실종 문의를 묵살한 것이 된다. 교민의 안전과 관련한 외교부 내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세번째는 AP통신 측이 외교부 측에 추가로 확인했는지다. 당초 김씨 실종 직후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는 AP통신 관계사인 APTN의 바그다드 지국이 입수한 만큼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에 문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AP 측은 현재로선 외교부 본부에만 문의했다는 입장이다. 만약 AP 측이 주이라크 대사관에는 문의하지 않고 외교부 공보관실에만 알아봤다면 왜 그 정도 수준의 취재에 그쳤는지 궁금증을 남긴다.

채병건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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